미국서 후진 양성…“36위 기록? 10년이면 오래 지킨 거죠”
“이건 테니스인으로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쁜 것 같네요.”‘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42)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HT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형택 원장은 “오늘 정현의 경기를 보면서 ‘와, 와’ 감탄만 하다가 끝났다”며 “지금은 테니스계만의 경사가 아니라, (정)현이가 우리나라는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형택은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까지 올라 한국 선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 테니스의 전설’이다.
또 2007년 세계 랭킹 36위까지 올라 한국 선수 역대 최고 랭킹 기록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현이 24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강에 진출하면서 두 가지 기록을 모두 바꿔놨다.
이틀 전 16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꺾고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 고지에 올랐고, 이날 준준결승도 통과하면서 세계 랭킹 30위 안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확정됐다.
이형택 원장은 “주위에서 ‘기록이 깨져서 아쉽겠다’고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제가 36위에 오른 것이 2007년인데 10년 정도 기록을 갖고 있었으면 오래된 것 아니냐”고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이 원장은 “기록은 원래 깨지기 마련”이라며 “정현이 그동안 ‘제2의 이형택’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 누가 봐도 ‘제1의 정현’이 됐다”고 축하를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이제 ‘제2의 정현’이 되려는 ‘정현 키즈’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같이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라며 “아쉬운 것이 단 하나도 없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지난해 11월 정현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했을 때 이미 “정현이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등 톱 랭커들을 꺾는 일도 조만간 올 것 같다”고 예견했던 이 원장은 “4강에서 페더러를 만나더라도 해볼 만하다”고 예상했다.
이 원장은 “페더러는 사실 다른 선수들과는 상대하는 느낌이 다른 선수”라면서도 “그만큼 (정)현이도 압박을 느끼겠지만 반대로 페더러 역시 상승세의 정현을 만난다면 부담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이 앞으로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가 보유한 아시아 선수의 메이저 대회 준우승, 세계 랭킹 4위 기록도 깰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한 이 원장은 “올림픽 메달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앞으로 더 큰 결과물을 내놓을 선수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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