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싶다, 이 모든 도전이 끝났을 때 두 조국 모두에게
메달의 색깔이 ‘금’에서 ‘동’으로 바뀌었지만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2010년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으로 돌아온 안현수(29)가 8년의 세월과 국적을 건너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 지난 10일 밤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홈 팬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그는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 중국의 한톈위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끊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지난 10일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본격적인 메달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소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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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두려워지는 건 주 종목을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 13일 남자 1000m와 5000m계주, 18일 500m에서 ‘후배’들의 발목을 줄줄이 잡을 수도 있다. 그는 10일 1500m 준결선 1조 당시 박세영과 부딪친 뒤 코스를 상당히 벗어나고도 침착하게 따라잡아 2위로 결승선을 통과, 박세영의 결선 진출을 좌절시켰다. 2006년 토리노대회 1000m와 1500m, 5000m계주에서 3관왕을 일군 뒤 이듬해 세계선수권 종합 5연패란 전무후무한 위업을 달성한 관록과 노련함은 지금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두려움을 더하는 건 조국을 등졌다는 맹목적인 비난에도 초연할 정도로 인간적으로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경쟁하면서 실력이 좋아졌다”며 “(불편하게 비친 것이) 한국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즐겁게 올림픽을 치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2014-02-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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