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밴쿠버 입성 007작전 대회당일까지 철저히 ‘장막’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금빛 연기를 펼칠 일만 남았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마침내 ‘결전의 땅’ 밴쿠버에 입성한다.김연아는 선수촌 대신 어머니 박미희(50)씨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전담 물리치료사 등과 ‘연아팀’을 이뤄 밴쿠버의 한 호텔에서 머무른다. 선수단에서 제공한 차량을 이용해 대회 당일까지 숙소와 훈련장을 오가며 훈련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현지 사정과 영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도 2명 배치됐다. 일부 시선이 곱지 않지만 오직 금메달 목표에만 집중하기 위해 호텔을 선택했다. 22일 밴쿠버에 도착하는 아버지 김현석(52)씨는 “국민의 관심이 높은 올림픽이라 연아의 부담이 큰 것 같다. 구 부사장에게 우스갯소리도 해주면서 부담을 풀어주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도착 다음날인 21일 곧바로 공식 훈련에 들어간다. 훈련장은 대회가 치러질 퍼시픽 콜리시움. 이곳은 김연아와 좋은 인연이 있다. 김연아는 지난해 2월 올림픽 전초전으로 치러진 2009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를 제치고 우승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퍼시픽 콜리시움은 그동안 남자 피겨 싱글 경기 때문에 여자 선수에게 개방되지 않았다. 따라서 김연아는 21일 개방과 동시에 빙질을 테스트해 볼 좋은 기회를 맞았다.
특히 김연아는 금메달 전망이 더 밝아져 한층 편하게 공식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19일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에번 라이사첵(25·미국)이 환상적인 쿼드러플 점프를 펼친 ‘황제’ 예브게니 플루셴코(28·러시아)를 물리치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김연아 역시 어려운 점프보다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점프를 구사하는 데 장점이 있어서다. 김연아는 늘 “무리해서 안 하던 것에 도전하기보다 내 것을 완벽히 하겠다.”며 점프의 난이도를 무리하게 높이지 않았다. 하지만 쇼트트랙 경기를 치르면서 빙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은 불안 요인이다.
한편 조애니 로셰트(24·캐나다)와 안도 미키(23·일본)는 일찌감치 밴쿠버에서 현지 적응 중이다. 일본에서 훈련 중인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보다 하루 늦은 21일 도착한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24일 쇼트프로그램, 26일 프리스케이팅 순으로 열린다. 김연아가 한국 피겨 110년사에 한 획을 긋는 위업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10-02-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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