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22.한국체대)이 오랜 기간 빙속계를 지배해 온 ‘장거리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체격이 큰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 종목에서 이승훈은 타고난 심폐지구력을 앞세워 아시아인 최초로 단상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5,0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승훈은 장거리 아시아 첫 메달리스트라는 빛나는 이정표를 먼저 세웠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 대회부터 10,000m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2006년까지 19차례 대회(1928년 생모리츠 대회에서는 빙질이 나빠 취소)에서 유럽 선수들은 17차례나 금메달을 가져갔다.
1924년부터 시작된 5,000m에서도 17차례나 금메달을 따낸 유럽은 아시아 대륙이 메달을 따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86년이 지난 밴쿠버에서 이승훈이 모든 금기를 다 깼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초보 선수가,그것도 장거리 선수로는 비교적 작은 키(177㎝)에도 불구하고 거구의 유럽 선수들을 모조리 꺾고 올림픽 신기록(12분58초55)으로 우승,아시안 파워를 세계에 알렸다.
10,000m에 도전한 지 세 번 만에 이룬 쾌거라 세계는 더욱 놀라고 있다.이승훈은 지난해 선발전과 지난 1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0,000m를 뛰었고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마침내 혜성처럼 질주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가 2008년 6월 뉴욕 리복 그랑프리대회에서 육상 100m를 시작한 지 4번 만에 당시 세계기록(9초72)을 작성한 장면과 묘하게 겹친다.
●불가사의한 지구력+스피드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의 윤성원 박사는 “이승훈이 심폐지구력을 타고난 것 같다.귀국하면 당장 연구해야겠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쇼트트랙에서 전환한지 얼마 안 되는데다 빙속 단거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체육과학연구원에 이승훈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김관규 빙속 대표팀 감독도 “지구력은 정말 타고났다.선발전 때는 이승훈이 경쟁자보다 한 수위라고 봤지만 월드컵 시리즈를 치르면서 몇 단계는 위라는 점을 실감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윤 박사는 “이승훈이 10,000m에서 딴 금메달은 모태범(21)과 이상화(21.한국체대)가 500m에서 딴 금메달보다 훨씬 값지다.그만큼 장거리는 아시아인이 넘기 힘든 벽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장거리는 키 183㎝ 이상 190㎝에 육박하는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다리가 길기에 한번 빙면을 지칠 때 많이 뻗어나가고 속도가 붙으면 더욱 빨리 뻗어간다.다리가 짧은 아시아 선수가 극복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체격이 큰 선수는 체력 소모가 많다.대신 나는 몸이 작아 체력 소모는 많지 않았다”던 이승훈의 우승 소감에 대해 윤 박사는 “일리 있다”며 동의했다.
윤 박사는 “유럽 선수들의 공기 저항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간 장거리에서 성패를 가른 결정적인 원인은 동·서양 선수의 신체 구조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승훈이 원초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시대를 열어젖힌 원인은 뭘까.
윤 박사는 “쇼트트랙에서 엄청난 훈련을 치르면서 길러진 체력이 빙속 장거리에서 원래 지닌 근·지구력과 합해져 실력의 급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번 빙면을 지칠 때 뻗어가는 거리는 유럽 선수에 뒤지나 이승훈의 스피드가 원체 좋았기에 이를 상쇄했다는 지적도 곁들여졌다.
실제 이승훈은 이날 400m를 33초89에 주파,올림픽 기록(34초42)보다 빠르게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그러다 7,600m 랩타임부터 올림픽 기록에 0.52초 뒤지기 시작했고 9,600m에서는 0.63초나 밀렸다.
하지만 이승훈은 마지막 400m를 앞두고 기적적인 스퍼트를 펼쳐 7년 묵은 올림픽 기록을 0.37초나 앞당겼다.
지구력과 스피드가 결합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관규 감독 “작전대로 풀렸다”
김관규 감독은 이승훈의 타고난 지구력을 염두에 두고 400m를 꾸준히 30초6~7대로만 뛴다면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400m를 4바퀴씩 1,600m를 전력으로 달리고 휴식을 취하는 세트 훈련으로 대회를 준비해 온 이승훈은 이날 3,000m부터 질주가 둔해졌고 6,000m에서는 랩타임이 31초대로 떨어져 걱정을 주기도 했으나 후반 동작을 크게 하고 보폭을 넓히는 주법으로 막판 극적인 스퍼트를 일궈냈다.
초반 엄청난 스피드로 기록을 줄여놨기에 중반 체력이 약간 떨어져도 흔들리지 않았고 체력을 비축한 종반 레이스에서 다시 무서운 스피드를 냈다.
빙질이 좋지 않았고 같이 뛴 선수의 기량이 워낙 떨어져 홀로 고독한 레이스를 펼쳐야 했지만 이승훈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놀라운 심폐지구력을 발판삼아 마지막 땅 한 방울까지 모두 쏟아냈다.
김 감독은 “이승훈이 스케이트를 타는 자세는 장거리 선수로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며 선수 기량과 자세,작전의 삼위일체로 대업을 일궜다고 말했다.
밴쿠버·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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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격이 큰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 종목에서 이승훈은 타고난 심폐지구력을 앞세워 아시아인 최초로 단상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5,0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승훈은 장거리 아시아 첫 메달리스트라는 빛나는 이정표를 먼저 세웠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 대회부터 10,000m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2006년까지 19차례 대회(1928년 생모리츠 대회에서는 빙질이 나빠 취소)에서 유럽 선수들은 17차례나 금메달을 가져갔다.
1924년부터 시작된 5,000m에서도 17차례나 금메달을 따낸 유럽은 아시아 대륙이 메달을 따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86년이 지난 밴쿠버에서 이승훈이 모든 금기를 다 깼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지 7개월밖에 안 된 초보 선수가,그것도 장거리 선수로는 비교적 작은 키(177㎝)에도 불구하고 거구의 유럽 선수들을 모조리 꺾고 올림픽 신기록(12분58초55)으로 우승,아시안 파워를 세계에 알렸다.
10,000m에 도전한 지 세 번 만에 이룬 쾌거라 세계는 더욱 놀라고 있다.이승훈은 지난해 선발전과 지난 1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0,000m를 뛰었고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마침내 혜성처럼 질주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가 2008년 6월 뉴욕 리복 그랑프리대회에서 육상 100m를 시작한 지 4번 만에 당시 세계기록(9초72)을 작성한 장면과 묘하게 겹친다.
●불가사의한 지구력+스피드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의 윤성원 박사는 “이승훈이 심폐지구력을 타고난 것 같다.귀국하면 당장 연구해야겠다”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쇼트트랙에서 전환한지 얼마 안 되는데다 빙속 단거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체육과학연구원에 이승훈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김관규 빙속 대표팀 감독도 “지구력은 정말 타고났다.선발전 때는 이승훈이 경쟁자보다 한 수위라고 봤지만 월드컵 시리즈를 치르면서 몇 단계는 위라는 점을 실감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윤 박사는 “이승훈이 10,000m에서 딴 금메달은 모태범(21)과 이상화(21.한국체대)가 500m에서 딴 금메달보다 훨씬 값지다.그만큼 장거리는 아시아인이 넘기 힘든 벽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장거리는 키 183㎝ 이상 190㎝에 육박하는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다리가 길기에 한번 빙면을 지칠 때 많이 뻗어나가고 속도가 붙으면 더욱 빨리 뻗어간다.다리가 짧은 아시아 선수가 극복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진단했다.
“체격이 큰 선수는 체력 소모가 많다.대신 나는 몸이 작아 체력 소모는 많지 않았다”던 이승훈의 우승 소감에 대해 윤 박사는 “일리 있다”며 동의했다.
윤 박사는 “유럽 선수들의 공기 저항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간 장거리에서 성패를 가른 결정적인 원인은 동·서양 선수의 신체 구조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승훈이 원초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시대를 열어젖힌 원인은 뭘까.
윤 박사는 “쇼트트랙에서 엄청난 훈련을 치르면서 길러진 체력이 빙속 장거리에서 원래 지닌 근·지구력과 합해져 실력의 급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번 빙면을 지칠 때 뻗어가는 거리는 유럽 선수에 뒤지나 이승훈의 스피드가 원체 좋았기에 이를 상쇄했다는 지적도 곁들여졌다.
실제 이승훈은 이날 400m를 33초89에 주파,올림픽 기록(34초42)보다 빠르게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그러다 7,600m 랩타임부터 올림픽 기록에 0.52초 뒤지기 시작했고 9,600m에서는 0.63초나 밀렸다.
하지만 이승훈은 마지막 400m를 앞두고 기적적인 스퍼트를 펼쳐 7년 묵은 올림픽 기록을 0.37초나 앞당겼다.
지구력과 스피드가 결합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관규 감독 “작전대로 풀렸다”
김관규 감독은 이승훈의 타고난 지구력을 염두에 두고 400m를 꾸준히 30초6~7대로만 뛴다면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400m를 4바퀴씩 1,600m를 전력으로 달리고 휴식을 취하는 세트 훈련으로 대회를 준비해 온 이승훈은 이날 3,000m부터 질주가 둔해졌고 6,000m에서는 랩타임이 31초대로 떨어져 걱정을 주기도 했으나 후반 동작을 크게 하고 보폭을 넓히는 주법으로 막판 극적인 스퍼트를 일궈냈다.
초반 엄청난 스피드로 기록을 줄여놨기에 중반 체력이 약간 떨어져도 흔들리지 않았고 체력을 비축한 종반 레이스에서 다시 무서운 스피드를 냈다.
빙질이 좋지 않았고 같이 뛴 선수의 기량이 워낙 떨어져 홀로 고독한 레이스를 펼쳐야 했지만 이승훈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놀라운 심폐지구력을 발판삼아 마지막 땅 한 방울까지 모두 쏟아냈다.
김 감독은 “이승훈이 스케이트를 타는 자세는 장거리 선수로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며 선수 기량과 자세,작전의 삼위일체로 대업을 일궜다고 말했다.
밴쿠버·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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