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선수비 후역습’
결국 수준 차는 분명하다. 아시아축구와 세계 정상급 팀 사이엔 넘기 힘든 벽이 있다. 개인 기량과 부분 전술이 뒤지는 건 현실이다. 그래서 아시아팀들은 기본적으로 수비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한국·북한·일본은 모두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다 같은 수비가 아니다. 분명하고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한국
포백라인-미드필더진 분리 낭패
넓어진 중원… 아르헨 종횡무진
아르헨티나전만 두고 살펴보자. 한국은 그리스전에 비해 수비라인이 전반적으로 밑으로 내려가 있었다. 상대가 아르헨티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어정쩡했다. 포백 라인과 미드필더진이 완전히 분리됐다.
최후방 포백라인은 골문 앞 자기 자리를 지키거나 물러서기만 했다. 앞으로 동시에 밀고 나오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자연히 미드필더들과 간격이 멀었다. 한국 미드필더들은 개인기량이 훨씬 뛰어난 상대 미드필더들을 1대1로 상대해야 했다. 수적 우위 없이는 압박도 있을 수 없다.
중원 공간이 넓어지면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한국 진영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한국 수비수들은 매번 한창 가속도가 붙은 상대를 만나야 했다. 북한 같은 극단적 수비전술을 쓰든지, 일본처럼 중원에서 압박을 가하는 형태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둘 다 안 됐다. 그저 우리 진영 안에 우리 선수들이 많았을 뿐이었다.
●북한
중원 아예 포기 극단적 수비축구
정대세 뺀 전원이 최후방 수비수
말 그대로 극단적인 수비축구다. 처음부터 중원 공간은 포기했다. 북한 선수들의 주 활동 반경은 자기진영 골에어리어 근처였다. 평상시에는 5백을 사용했다. 중원에는 안영학·홍영조·지윤남·문인국이 선다. 그러나 중원싸움을 하기 위한 배치가 아니다.
지윤남·문인국은 대체로 최후방 수비수 가까이 처져 있다. 공격수가 밀고 내려오면 5백에 바로 가담한다. 안영학은 상대 공격을 1차 저지한 뒤 바로 최후방으로 내려간다. 홍영조만 약간 앞선에 선다. 홍영조는 최후방에서 공을 뺏었을 때 전방 정대세에게 연결하는 역할이다. 역습의 시발점이다. 결국 정대세를 빼면 모든 선수가 최후방 수비수나 마찬가지다.
전술적으로 뛰어난 시스템은 아니다. 중원을 포기했기 때문에 상대에게 압도적인 공 점유율을 내줄 수밖에 없다. 확률 떨어지는 롱패스 공격에만 의존하게 된다. 수준급 스트라이커 정대세가 있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일본
공수 간격 최대한 좁힌 ‘압박’
체력 비축… 역습속도 빨라져
일본 수비의 핵심은 공수 간격을 극단적으로 좁힌 압박이다. 최전방과 최후방 사이의 폭이 25m 안팎을 왔다갔다한다. 최후방 포백은 상대 공격수를 맞기 위해 오히려 앞으로 전진한다. 이때 최전방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은 후방으로 물러난다. 이러면 양팀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극도로 좁아진다. 공간이 좁다 보니 상대 선수들이 개인기를 발휘할 여지가 없어진다. 개인기가 떨어지는 아시아 팀으로선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체력적으로도 유리하다. 좁은 공간에서 공간을 나눠 움직이니 많이 안 뛰어도 된다. 공이 오는 곳에 가까이 있는 선수들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한다. 미드필더와 공격수 간격이 좁기 때문에 역습속도도 빨라진다.
약점은 있다. 최후방 수비진 가운데 하나라도 이탈자가 생기면 오프사이드 트랩이 무너진다. 10명 필드 플레이어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06-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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