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떡쑥이란 이름/나승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떡쑥이란 이름/나승렬

입력 2021-04-15 17:28
수정 2021-04-16 08:0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떡쑥이란 이름/나승렬

오늘 마당에 피어나는 떡쑥을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들에 나가
털 보송보송한 이 쑥을 뜯었지요

이 쑥 깨끗하게 씻어 말려
어느 날 어머니
쑥떡을 하였지요

이 집 저 집
떡 심부름을 하며 마구 신이 났었지요

오늘 아침 떡쑥 보니
먼 길 가신 어머니
떡쑥의 꽃으로 웃고 계시네요

갑자기 방울방울
떡쑥꽃 같은 눈물 솟아나려 하여
꾹 참았지요

단군신화에 쑥이 나온다. 쑥 한 자루와 마늘 스무 쪽을 먹고 곰은 웅녀가 된다. 웅녀는 상제의 아들 환웅과 하룻밤을 자고 단군왕검을 낳게 된다. 단군의 후예인 우리의 몸에 쑥의 DNA가 들어 있는 셈이다. 춘궁기에 쑥은 훌륭한 구황식물이 됐다. 된장기에 버무린 쑥을 먹으면 몸이 붓지 않았다. 봄날 보리피리를 불며 콩가루 버무린 쑥떡을 먹을 때 생각이 난다. 그땐 몰랐는데 생각하니 낙원이 다름 아니다. 강변에 앉아 쑥 이파리 향기를 맡는다. 꽃과 흙을 버무린 신비한 냄새. 인간의 곁에서 오래 인간과 살 섞은 냄새라 할 것이다.

곽재구 시인

2021-04-16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5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1 / 5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