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판 벤츠 값 2천만원까지 떨어져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으로 발효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은 유럽 국가들의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국내 생산 수출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고,이에 맞춰 전 세계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EU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고급 수입차들의 가격이 최대 2천만원까지 떨어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수입차 시장은 중소형차까지 급격히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車업계 수출물량 늘린다=EU와의 관계에서 자동차 분야는 수입보다 수출이 압도적으로 많다.단가가 높은 EU의 고급차들이 대거 수입되고 있지만 시장 규모에서 EU는 한국의 14배에 달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EU의 작년 기준 자동차 수요는 1천575만8천대로,미국(1천60만1천대)보다 많은 세계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EU에 총 46억 달러어치를 수출한 반면 EU로부터의 수입은 30억 달러에 그쳤다.
이번 협정으로 1천500cc를 넘는 중형차는 현재 10%인 관세가 내년 7월 7%로 인하되고,2012년 4%,2013년 2%로 줄어든 뒤 2014년부터 아예 철폐되기 때문에 한국산 차량의 가격경쟁력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현행 수입 관세는 EU가 한국보다 2%포인트 높은 10% 수준이어서 협정에 따른 관세 철폐가 한국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은 이에 맞춰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생산 물량을 늘리는 등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FTA 체결을 현지 판촉수단으로 활용하고 관세 인하로 얻어지는 이익을 마케팅 비용으로 돌리는 등 현지 판매 확대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내년 하반기에 출시하는 2천cc급 유럽 전략형 중형차를 해외공장이 아닌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인도를 비롯해 다른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한.EU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시보레 브랜드로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GM대우도 수출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수출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웨인 브래넌 시보레 유럽 사장은 “FTA는 시보레 브랜드의 사업 확장에 호기가 될 것”이라며 “시보레 판매가 연간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에는 GM대우가 한국에서 만든 차가 9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차 얼마나 싸지나=이날 정식 서명된 FTA가 발효되면 국내 소비자들은 국산차와 비슷한 수준의 고급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배기량 1.5ℓ 초과 승용차는 3년 내에,1.5ℓ 이하 차량은 5년 내에 관세를 철폐키로 함에 따라 현재 8%인 관세가 없어질 경우 그만큼의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긴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차 대부분이 1.5ℓ를 초과하기 때문에 오는 2014년부터 관세가 완전히 철폐돼 소비자들이 보다 싼 값에 수입차를 살 수 있게 된다.
국내 수입자동차 업계는 관세가 완전 철폐될 경우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 등을 감안하면 7.4%의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1억2천590만~2억6천900만원에 달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경우 930만~1천990만원의 인하 여력이 발생하고,E클래스는 480만~1천40만원의 인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C클래스는 340만~68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BMW의 경우 국내 판매가 6천790만원인 528i는 500여만원,120d는 300만원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판매 BMW의 최고가 모델인 2억7천700만원짜리 760Li 인디비주얼의 경우 2천50만원가량 가격 인하가 가능해진다.
9천130만원짜리 폴크스바겐의 페이톤 3.0 모델은 670여만원 떨어질 수 있고,파사트는 330여만원 인하돼 4천200만원 선에서 구입이 가능해진다.
아우디 A3는 320여만원,A4는 350만~400만원,A6는 470만원 안팎의 가격 인하 여력이 발생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는 “관세 철폐에 따라 EU산 수입차의 국내 판매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솔린 엔진의 유럽식 배기가스 기준을 적용한 모델 수입이 허용됨에 따라 아우디 A1 등 유럽산 소형 가솔린차의 국내 판매도 가능해져 수입차의 모델이 한층 다양화할 전망이다.
피터 슈바르첸바우어 아우디 본사 총괄부회장은 최근 A1의 한국 출시와 관련해 “아직 계획이 없지만 상황이 바뀐다면 출시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