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재정목표 향해 순항 중…결산은 건강보험 재정계획과는 무관”
국민건강보험공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급능력이 관건인 건강보험공단과 같은 공공기관은 그해에 돈이 얼마나 들어왔다가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현금수지’를 기준으로 재정을 관리하는데, 지난해 현금수지는 2천억원 적자에 그쳤고, 2023년에도 적립금을 10조원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4일 건보공단 등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에 의해 공시된 공단의 2018년 재무 결산을 보면 3조8천9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내용상으로는 건강보험 3조2천571억원 적자, 장기요양보험 6천472억원 적자, 4대보험통합징수 90억원 적자다.
2017년에는 3천6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에 결산상으로는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4조2천638억원 감소한 셈이다.
결산회계에서는 그해 현금이 지출되지 않더라도 그해 발생한 일로 인해 향후 지급이 예상되는 지출이라면 부채로 반영된다. 이것을 ‘충당부채’라고 한다.
건강보험의 경우, 의료기관이 2018년 진료를 했으나 공단에 아직 급여(진료비) 신청을 안 했거나 심사 진행 등의 이유로 2018년에 지급되지 않았던 급여가 부채로 인식됐다.
2018년 건강보험 충당부채는 2017년보다 2조8천46억원이나 증가했다.
증가 원인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가지급금 제도’ 폐지 때문이다. 가지급금 제도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으로 의료기관 경영난이 예상되자, 병원과 약국 등이 급여를 청구하면 진료비 심사 전이라도 일정액을 선지급하고 차후 정산하도록 한 제도다.
지금까지는 급여를 선지급했기 때문에 결산 시 충당부채가 많이 잡히지 았지만, 작년 말 이 제도가 없어지면서 충당부채가 갑자기 커지게 된 것이다.
급여 청구 후 실제 지급까지는 통상 40일이 걸리기 때문에 12월에 청구된 급여는 다음 해 1∼2월 지급된다. 이 때문에 회계결산에서는 다음 해 지급될 것으로 보이는 45일치 급여분을 충당부채로 잡는데 이 액수가 전년보다 1조113억원 더 커진 것이다.
이밖에 ‘본인부담상한제 지급액 증가’에 따른 충당부채가 9천126억원 증가했고, ‘급여비 지출 자연증가분’에 따른 충당부채가 9천130억원 증가했다.
이 두가지는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급여화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 시행과 인구고령화로 인해 의료이용량이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
충당부채 2조8천억원 증가로 발생한 결산상 ‘3조9천억원 적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예산 집행·관리에 활용하는 ‘현금수지’와는 차이가 있다.
공단의 당기 현금수지는 2017년 7천77억원 흑자, 2018년 1천778억원 적자였다.
공단은 2017년 7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서 현금수지상 재정계획을 내놨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왔던 적립금 21조원 가운데 10조원을 쓰기로 했고, 보험료율 인상률을 2023년까지 과거 10년(2007∼2016년)의 평균인 3.2%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보장성 강화에 들어가는 돈이 늘어남에 따라 당기수지는 작년 1조1천억원 적자, 올해 2조8천억원 적자로 예상했다. 예상과 달리 작년 당기수지가 2천억원 적자에 그친 것은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 지연으로 문재인 케어 시행이 늦어지고, 보장성 지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누적수지, 즉 건보 곳간에 쌓인 돈도 현재는 20조원이 넘는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의 모든 재정목표는 현금수지를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고, 결산수지는 참고 기준에 불과하다”라며 “3조9천억원 적자라고 해서 공단이 적립금을 털어 이 금액을 모두 현금으로 지출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충당부채는 건강보험 지출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매년 커질 수밖에 없는데, 결산으로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논하게 되면 불필요한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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