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 아사히 기사취소 계기 ‘고노담화 옥죄기’

일본 아베 정권, 아사히 기사취소 계기 ‘고노담화 옥죄기’

입력 2014-10-07 00:00
수정 2014-10-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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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수정 안한다”…측근·자민당은 담화 대놓고 부정

아사히(朝日)신문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기사를 취소한 것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고노담화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고노담화를 계승할 것이며 수정하지 않겠다고 언명하고 있으나 아사히신문의 보도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오해”가 퍼지고 있다고 거듭 주장해 결과적으로 고노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논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베 총리는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아사히신문의 “오보”가 “한일관계에 큰 영향, 타격을 주었다”며 “기사에 의해 훼손된 일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앞으로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노담화를 수정하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또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관련해 일본에 정부에 책임이 없다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우익성향의 매체들이 아사히신문이 취소한 보도가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이 세계에 알려진 핵심 이유인 것처럼 주장하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거론하는 아사히신문 책임론은 고노담화를 대놓고 부정하려는 세력에게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집권 자민당이 보인 행보에서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자민당 외교·경제연대본부 국제정보검토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결의에서 “아사히신문의 사죄로 국민의 명예와 국익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이른바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사실은 부정됐고 성적 학대도 부정됐으므로 세계 각지에 건설이 이어지는 위안부 상(像)도 완전히 근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이 취소한 것은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연행했다는 한 일본인의 발언에 관한 기사인데 이번 결의는 강제연행이 아예 없었으며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심각한 성폭력이 아니었다는 주장으로 비약한 것이다.

이는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하의 참혹한 것이었다’, ‘감언(甘言),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官憲)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위안부 제도가 강제적이었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음을 인정한 고노담화와는 배치된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가 6일 고노담화의 역할이 끝났다며 무력화하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밀하게는 내각이 아닌 당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이 일본 정부의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가 직접 고노담화의 수정을 거론하거나 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면 즉시 한국이나 중국이 반발하기 때문에 제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고노담화를 검증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한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차세대당 간사장 같은 인사들이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을 거듭 촉구하며 ‘멍석’을 깔고 있다.

실제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마다 간사장의 질의에 답변하며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외무성 홈페이지의 글을 삭제할지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전쟁 때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로 끌고 왔다’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 씨의 증언을 다룬 과거 기사를 올해 8월 초 취소했다.

이후 일본의 보수·우익 세력 사이에서는 ‘아사히신문이 허위 증언을 보도한 탓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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