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마약왕’ 구스만…동정 여론몰이에 뒷돈받은 고위층 압박

‘교활한 마약왕’ 구스만…동정 여론몰이에 뒷돈받은 고위층 압박

입력 2016-03-06 11:17
수정 2016-03-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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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최근 언론 접촉 부쩍 늘어…처우개선 요구 변호사 ‘무늬만 단식’도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교활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들어 가족과 변호사의 입을 빌려 미국으로 인도되기를 호소하는가 하면 교정당국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등 자신에 대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구스만의 검은돈을 받은 멕시코 정·관계 인사들이 그가 감옥에서 죽어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나지 않기를 내심 바란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구스만의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인 구스만에 대한 교정 당국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부분 단식 투쟁에 나섰다고 중남미 위성방송 채널인 텔레수르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루이스 곤살레스 메사 변호사는 구스만의 가족, 지지자들과 함께 전날 구스만이 수감된 멕시코시티 북쪽 톨루카에 있는 알티플라노 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정 당국이 구스만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도록 고문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발적으로 구스만의 변호에 나섰다고 자처한 메사 변호사는 교도소 앞에서 교정 당국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주스와 함께 하루에 한 그릇의 시리얼과 꿀만 먹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상 한국에서 단식 투쟁에 나서는 이들이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로 물만 마시는 것과 사뭇 다른 ‘무늬만 단식 투쟁’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좀처럼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구스만의 누나인 베르나르다 구스만도 기자회견에 참석, 교도소 측이 탈옥한 ‘괘씸죄’로 구스만과의 접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베르나르다는 “그들(교정 당국)이 탈옥 때문에 화가 났다. 누구나, 심지어 동물조차도 자유를 추구한다. 구스만은 아무도 해치지 않았다”고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주관적인 주장을 펼쳤다.

구스만은 지난 2012년 알티플라노 교도소에 수감됐을 당시 부당한 대우를 주장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도소를 통제하며 ‘황제 접견’ 등 호사를 누렸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구스만이 두 번째로 탈옥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붙잡히고 나서 공교롭게 최근 구스만과 관계된 인물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이뤄지는 점호 등 교정 당국의 부당한 대우를 거론해 구스만에 대한 ‘동정 여론’ 형성에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 구스만의 수석 변호사인 호세 레푸히오 로드리게스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구스만이 단 하루도 수감생활을 견딜 수 없으니 미국으로 신속히 신병이 인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구스만의 ‘셋째 아내’인 엠마 코로넬도 전례 없이 언론에 얼굴을 내비쳐 자신의 남편을 가정적인 남자라고 두둔하고 그의 건강을 걱정했다.

구스만의 첫째 딸인 로사 이세라 구스만 오르티스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독점 인터뷰를 통해 여론몰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앞서 동정을 유발하려는 방어적인 여론몰이가 아니라 공격적인 방식으로 구스만을 감옥에서 고사시키려는 멕시코 정·관계 인사들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오르티스는 구스만이 숀 펜과 인터뷰를 하고 나서 다시 체포되기 전까지 멕시코 정·관계 고위층의 비호 아래 미국 캘리포니아를 두 차례 방문한 사실을 폭로했다.

멕시코 고위 정치인에게 선거자금 명목으로 뒷돈을 대고 이 정치인이 자신의 탈옥을 배후에서 묵인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론전이 모두 정교하게 계획된 미디어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AP통신은 꼬집었다.

컨설팅회사인 서던 펄스의 사무엘 로건 분석가는 이런 노력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엘 차포(구스만의 별명)의 사람들이 지푸라기를 잡고 있다”면서 “미국이 협상에 나설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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