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명 탑승 여객기 추락 원인·위치 ‘미궁’…고의항로 변경·테러설 등 시나리오만 무성
20대 후반의 변호사 그레이스 네이선은 2014년 말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어머니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어머니의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그해 봄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에 탑승한 사실을 떠올리고는 눈물을 터뜨렸다.
그레이스는 최근 DPA 통신에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자신의 심경을 전하며 “고통이 때 되면 사라질 거로 생각했는데 계속 우리를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8일 오전 0시 41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발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실종된 지 2년이 됐다.
이 여객기는 이륙 40여 분만에 교신이 끊어졌고 잠시 뒤 레이더에서도 사라졌다.
탑승객 가운데 단 한 명의 유해도 찾지 못한 것은 물론 실종 원인과 위치 또한 미궁에 빠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과 고통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MH370편 잔해는 작년 7월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에서 발견된 플래퍼론(날개 뒤편 부품)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잔해는 실종 원인과 장소를 밝히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MH370편이 바다에 추락했고 탑승자가 모두 숨졌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을 뿐이다.
최근 아프리카 동부 모잠비크 해안에서 MH370편의 잔해 가능성이 제기되는 항공기 파편이 발견됐지만 실종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말레이시아 정부를 중심으로 한 국제조사팀은 다각도의 조사를 벌여왔으나 아직 추락 원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실종기가 당시 항로를 이탈해 인도양으로 향한 점을 들어 조종실에서 누군가가 고의로 항로를 변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도 이런 분석을 내놨지만 조종사나 부조종사 또는 제삼자의 의한 것인지,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확인된 것이 없다.
국제조사팀은 작년 3월 내놓은 중간 조사 보고서에서 조종사를 포함해 승무원들의 회사 및 가정생활을 조사했지만 의문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납치설, 테러설, 기체 이상설 등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제재에 대한 항의로 MH370편 납치를 지시했다는 음모론이 나오기도 했다.
호주, 말레이시아, 중국 등이 참여한 국제수색팀은 지금까지 인도양에서 8만5천㎢ 이상의 해저를 수색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제수색팀은 7월 말까지 총 12만㎢의 해저에 대한 수색을 마칠 계획이다.
대런 체스터 호주 교통장관은 지난 2월 말 “신뢰할만한 증거가 추가로 발견되지 않으면 수색절차가 종료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수색에 들어가는 비용만 총 1억3천만 달러(1천569억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무한정 수색을 벌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추락 원인을 밝히고 탑승객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수색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국제조사팀은 오는 8일 MH370편 실종 2주년을 맞아 추가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새로운 내용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고 원인에 대한 단서가 나오지 않으면 MH370편 실종은 항공사고 사상 최대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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