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자유라도 달라”…인기 앱 폐쇄에 중국 곳곳 ‘경적 시위’

“웃을 자유라도 달라”…인기 앱 폐쇄에 중국 곳곳 ‘경적 시위’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4-15 11:37
수정 2018-04-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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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앱 ‘네이한돤즈’ 폐쇄에 누리꾼 분노 고조

“단지 시간을 보내려고 ‘네이한돤즈’(內涵段子)를 이용한 것은 아니었죠. 바쁜 생활 속에서 네이한돤즈는 스트레스를 풀 유일한 출구였죠. 이용자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여겼습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당국의 네이한된즈 폐쇄에 분노한다며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인터넷 검열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지난 10일 온라인 매체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가 운영하는 동영상 앱 네이한돤즈를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저속한 콘텐츠를 양산한다’는 이유로 폐쇄했다.

네이한돤즈는 짧은 동영상, 저속한 농담, 웃음거리 등을 다루는 앱으로 중국에서 2천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후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 공산당은 최근 ‘인터넷 정풍운동’을 펼치며 웨이스(微視), 콰이서우(快手), 더우인 등 인기 동영상 앱을 잇달아 폐쇄하거나 콘텐츠를 대거 삭제했다.

네이한돤즈를 운영하던 진르터우탸오의 창업자 장이밍(張一鳴)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자사 검열 인력을 기존 6천 명에서 1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검열과 사이트 폐쇄는 중국에서 일상화했기에 당국은 이번 네이한된즈 폐쇄도 별다른 반발 없이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당국의 착각이었다.

네이한된즈가 폐쇄된 지난 10일 저녁 이용자들이 차량을 몰고 검열 당국인 광전총국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그 일대에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수백 대의 차량이 광전총국 앞 도로를 점거해 항의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길가에서 구호를 외쳤다.

이후에도 중국 곳곳에서는 네이한된즈 이용자들이 소규모 집회를 벌이거나, 차량 경적을 울리며 항의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한 번은 길게, 다음 두 번은 짧게 경적을 울려 항의의 뜻을 나타낸다.

자동차, 오토바이, 트럭, 배달 밴 등 다양한 차량 운전자들은 네이한된즈를 상징하는 웃는 남자 모습의 스티커를 자신의 차량에 부착하고 다닌다. 일부는 당국이 싫어하는 서구 콘텐츠인 스파이더맨 장식물 등으로 차량을 장식하며 연대를 과시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중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당국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챠오무 전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당국이 인터넷 세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데올로기와 ‘붉은 엘리트주의’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소일거리마저도 당의 권위를 잠식할 수 있는 위해 요소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언론인은 “당국은 시진핑 주석에게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것”이라며 “중산층 사회를 지향하는 당국으로서는 서민들이 주로 생산하고 그에 맞추어진 네이한된즈의 콘텐츠 성향 또한 못마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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