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 돼지 심장이 사흘째 뛰어”… 동물 장기이식 희망 봤다

“사람 몸에 돼지 심장이 사흘째 뛰어”… 동물 장기이식 희망 봤다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2-01-11 22:26
수정 2022-01-1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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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메릴랜드대 인체 첫 이식 성공

다른 선택지 없는 환자에게 허용
돼지 거부반응 유발 유전자 제거
사람 면역 관련 유전자 6개 삽입
“세계 첫 이종 이식 가능성 증명
장기 부족 사태 해결에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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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대 의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완료한 가운데, 의료진이 이식에 사용된 심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완료한 가운데, 의료진이 이식에 사용된 심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당신에게 인간의 심장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동물, 돼지의 것을 사용할 순 있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바틀리 P 그리피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외과 교수는 심장질환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데이비드 베넷(57)에게 ‘도박’을 제안했다. 심장 이식조차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베넷과 가족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7일 8시간의 대수술을 집도한 그리피스 교수는 “(이식한) 심장이 박동을 하고 혈압을 만든다”면서 “이건 완전히 그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메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동물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 수술 허가를 승인한 이번 이식은 의학계에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 성공을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생과 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연 것이다.
환자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이 담당의 바틀리 그리피스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환자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넷(오른쪽)이 담당의 바틀리 그리피스와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동물 장기의 인체 이식은 인간 면역체계의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지난 10년간 이 같은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시도된 유전자 편집과 조작 기술이 이번 수술을 뒷받침했다.

베넷은 수술 후 사흘째인 이날까지 정상적으로 회복 중이다. 예후를 지켜봐야 하지만 수술 직후 48시간 동안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11일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에크모)도 떼어 낼 예정이다.

이종(異種) 장기이식은 1960년대부터 시도돼 왔지만 인체의 거부반응 탓에 환자들이 오래 생존하지 못했다. 1983년에는 개코원숭이 심장을 이식받은 영아가 20일 뒤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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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미국 뉴욕대 랭원헬스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돼지 신장을 뇌사 상태의 신부전증 환자에게 이식해 거부반응 없이 정상 작동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장기 이식에서는 미국 버지니아의 생명공학기업 레비비코르가 제공한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이 활용됐다. 레비비코르는 인간 면역체계의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돼지의 유전자 3개와 돼지 심장 조직의 과도한 성장을 막는 유전자 1개를 제거한 대신 외부 장기를 받아들이는 인간 유전자 6개를 돼지 유전체에 삽입했다.

미 연방정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11만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매년 6000명 이상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 장기 부족 문제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총 3만 9261명이 심장 등의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실제 이식이 이뤄진 사례는 4048건에 그쳤다.
2022-01-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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