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관료 6000명 사표 요구… 청렴도 평가해 선별 수리
필리핀 전역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번에는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정조준했다.23일 일간 마닐라스탠더드투데이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베니그노 아키노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정부 부처 및 지방 정부 관료, 국영기업 임원들에게 “일주일 안에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최후통첩했다.
사직서 제출 대상은 두테르테 자신이 직접 임명한 장차관과 국영기업 임원 등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 임명직 6000여명이다. 그는 일괄 사표를 받아 행정 능력과 청렴도를 평가해 선별 수리할 계획이다. 사표 제출로 수천명이 한꺼번에 물갈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타당한 이유 없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면 행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앞서 두테르테는 “규제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부패를 저지른다는 말을 듣고 있다”면서 “모든 정부 임명직이 공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 대대적인 인사 쇄신을 예고했다.
그가 부패 척결을 결심한 데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한 임명직 관료가 취임 때 ‘환영 선물’로 7300만 페소(약 17억 6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이 돈 때문으로 알려졌다. 최근 교통 관련 인허가나 감독권을 지닌 필리핀 육상교통가맹규제위원회(LTFRB)와 육상교통청(LTO)을 대표적인 부패 기관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통령 취임 50여일 만에 마약 범죄 용의자 1779명을 사살해 ‘초법 살인’ 논란이 커지자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국제사회 비판을 잠재우고 자신의 통치가 필리핀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알리겠다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6-08-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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