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샷’은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1903~63)가 다다미 방에 앉은 사람의 눈높이에 카메라의 시선을 맞춰서 촬영한 영화 화면으로, 흘러가는 인생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私)소설’이라 불리며 폄하됐던 일본 소설은 198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이후 광범위한 팬층을 확보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요시모토 바나나·에쿠니 가오리·야마다 에이미 등은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며 사소설 영역을 확고히 구축해가고 있다. 주로 연애소설을 쓰는 이들 세 명은 삶에 대한 일본적 자세를 담은 이야기와 작가적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도 독자층을 넓히고 있다.
최근 에쿠니와 야마다의 신작소설이 나란히 한국에서 출간됐다. ‘도쿄 타워’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등으로 유명한 에쿠니의 신작 ‘빨간 장화’는 전작에 비해 심심한 편이다.
유부녀와 대학생의 사랑(도쿄 타워)도 아니고 동성애자 남편과 알코올 중독인 아내의 갈등(반짝반짝 빛나는)도 없다. 서로 대화가 통화지 않는 데다 아이도 없는 40대 부부의 이야기다.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한국의 독자라면 소설을 읽으며 “언제 이혼하는 거야?”라고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빨간 장화’는 그저 부부의 일상을 담담하게 좇아간다.
야마다는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와 ‘추잉껌’ 등 두 편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돈 없어도’는 주말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마흔두 살 남녀의 철없고도 유쾌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남자 사카에는 멀미 때문에 여행을 못 가는 학원 강사이며, 여자 지우는 철학과를 졸업하고 꽃집을 운영한다. 소설 중간 지우는 “삼류소설이 뭐가 나빠서. 난 걸작의 미진한 부분을 메우는 게 삼류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의 일생을 그리려면 양쪽 다 필요해.”라고 말한다. 야마다의 작품은 삼류소설이라기보다 남주인공 사카에가 말하는 ‘페이지 터너’에 더 가깝다. 페이지 터너는 페이지를 자꾸 넘기고 싶게 소설을 쓰는 작가다.
‘추잉껌’은 작가가 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미국 뉴욕 출신의 흑인 군인과 결혼한 작가의 경험이 많이 들어갔다. 일본 여성 코코는 클럽에서 만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바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돈 없어도’는 김난주, ‘추잉껌’은 양억관이 번역했다. 두 사람은 부부 번역가다.
일본문학을 주로 번역하는 김난주씨는 26일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 남녀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서로를 보듬어주는 내용이 많아 ‘치유의 소설’로 불리는 반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는 여자가 연애를 해도 영혼은 남자에게 주지않는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야마다 에이미는 훨씬 극적이고 유쾌하고 진지한 연애소설을 쓴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색깔은 저마다 다르지만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연애소설로 일본 문학의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세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私)소설’이라 불리며 폄하됐던 일본 소설은 198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이후 광범위한 팬층을 확보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요시모토 바나나·에쿠니 가오리·야마다 에이미 등은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며 사소설 영역을 확고히 구축해가고 있다. 주로 연애소설을 쓰는 이들 세 명은 삶에 대한 일본적 자세를 담은 이야기와 작가적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도 독자층을 넓히고 있다.
유부녀와 대학생의 사랑(도쿄 타워)도 아니고 동성애자 남편과 알코올 중독인 아내의 갈등(반짝반짝 빛나는)도 없다. 서로 대화가 통화지 않는 데다 아이도 없는 40대 부부의 이야기다.
‘막장 드라마’에 익숙한 한국의 독자라면 소설을 읽으며 “언제 이혼하는 거야?”라고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빨간 장화’는 그저 부부의 일상을 담담하게 좇아간다.
야마다는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와 ‘추잉껌’ 등 두 편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돈 없어도’는 주말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마흔두 살 남녀의 철없고도 유쾌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남자 사카에는 멀미 때문에 여행을 못 가는 학원 강사이며, 여자 지우는 철학과를 졸업하고 꽃집을 운영한다. 소설 중간 지우는 “삼류소설이 뭐가 나빠서. 난 걸작의 미진한 부분을 메우는 게 삼류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의 일생을 그리려면 양쪽 다 필요해.”라고 말한다. 야마다의 작품은 삼류소설이라기보다 남주인공 사카에가 말하는 ‘페이지 터너’에 더 가깝다. 페이지 터너는 페이지를 자꾸 넘기고 싶게 소설을 쓰는 작가다.
‘추잉껌’은 작가가 나를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미국 뉴욕 출신의 흑인 군인과 결혼한 작가의 경험이 많이 들어갔다. 일본 여성 코코는 클럽에서 만난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바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돈 없어도’는 김난주, ‘추잉껌’은 양억관이 번역했다. 두 사람은 부부 번역가다.
일본문학을 주로 번역하는 김난주씨는 26일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 남녀가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서로를 보듬어주는 내용이 많아 ‘치유의 소설’로 불리는 반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는 여자가 연애를 해도 영혼은 남자에게 주지않는 ‘쿨한 태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야마다 에이미는 훨씬 극적이고 유쾌하고 진지한 연애소설을 쓴다고 분석했다. 김씨는 “색깔은 저마다 다르지만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룬 연애소설로 일본 문학의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세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7-27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