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8년째 ‘성년’ 된 패션 편집매장…서점·카페·강연·전시 등 복합공간으로 진화
편집매장이 국내 유통업계 전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화장품업계에서는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라는 독립된 유통채널 분야를 이뤘다. 백화점업계도 잇따라 카테고리별 편집매장을 점포 내에 구성하고 나섰다. 편집매장이라는 점포 형태를 국내에 전파한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패션업계다. 2000년대 초반에 처음 문을 연 패션 편집매장 문화가 올해로 18년째에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단순히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한곳에 모아서 소개·판매하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브랜드가 돼서 자체 상품을 출시하거나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남성 ‘분더숍’.
분더숍은 다양한 해외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을 위한 발판이자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요람 역할을 했다. ‘알렉산더 매퀸’, ‘마르니’, ‘메종 마르틴 마르지엘라’ 등은 모두 분더숍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어 단독 브랜드로 정식 진출한 대표적인 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스티브J&요니P’도 분더숍을 통해 처음 눈도장을 찍고 몸집을 키워나갔다.
2010년대 들어서는 상품 기획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2015년 ‘오프화이트’, 2016년 ‘라르디니’ 등 다양한 해외 브랜드와 손잡고 상품을 내놨다. 2016년 10월에는 디자인과 생산까지 모두 맡은 패션 브랜드 ‘분더숍 컬렉션’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패션브랜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분더숍 컬렉션은 첫해 완판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뉴욕의 고급 백화점인 바니스 뉴욕에 입점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10 꼬르소 꼬모’ 10주년 기념 더블릿 에코백.
10 코르소 코모는 1990년 패션 저널리스트인 카를라 소차니가 이탈리아 밀라노에 처음 문을 열었다.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듯 천천히 상품을 구매하는 ‘슬로 쇼핑’이라는 개념을 알린 곳으로도 유명하다. 10 코르소 코모 서울은 밀라노 본점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 매장이다. 2012년 3월에는 서울 중구 명동에 국내 두 번째이자 세계 세 번째 매장인 ‘10 코르소 코모 서울 에비뉴엘점’을 추가로 열기도 했다.
삼성물산 ‘10 꼬르소 꼬모’가 10주년 기념으로 연 아제딘 알라이아 콜라보 전시.
LF의 ‘라움’.
LF의 ‘라움 보야지’.
‘분더숍’ 2017FW 콜렉션
LF 역시 2012년 국내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편집매장 ‘어라운드 더 코너’를 문 열었다. 2015년에는 영화 스타워즈와, 2016년에는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와 협업하는 등 다양한 브랜드와 손잡고 팝업 매장을 통해 문화 콘텐츠를 패션과 접목시킨 아이템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강민주 삼성물산 해외상품1사업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최근 몇 년 새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한자리에서 구매하는 소비 형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최대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편집매장을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F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도 마케팅 및 유통 비용 증가로 신규 브랜드 비용이 급증하고 있어 부담”이라며 “자체 편집매장을 일종의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하면 고객 반응에 따라 브랜드 출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8-04-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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