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유임 이해된다” 두둔속 ‘멘붕’ 허탈감

與 “유임 이해된다” 두둔속 ‘멘붕’ 허탈감

입력 2014-06-26 00:00
수정 2014-06-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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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 시스템 개선 착수…”어이없어” 반발기류도 확산

새누리당은 26일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결정에 일단 “고뇌에 찬 결정”이라는 ‘대외용’ 코멘트 말고는 공식반응을 삼갔다.

그러나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두 달 동안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총리 후보자 두 명의 낙마를 목도하고, 결국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고 물러나기로 한 정 총리가 유임된 결과를 받아들고는 참담한 표정이었다. 일종의 ‘멘붕’ 분위기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어이가 없다”며 아예 언급을 피했고, “장고 끝 악수”,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자조섞인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진퇴까지 다시 입길에 오를 정도였다.

당의 상층기류는 어려운 선택을 이해한다는 쪽이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도 공백이 길었는데, 절차를 또 밟으려면 한 달 이상 걸릴테니 상당한 공백이 있을 것”이라며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대통령께서 어렵지만 해야 할 선택을 신속히 하신 것”이라며 “정 총리는 크고 작은 국가적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어느 누구보다 치열한 사명감으로 재무장해 국정을 통합해 나갈 수 있는 분”이라고 평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산적한 국정 현안의 추진을 위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이해한다”며 “새누리당은 정부의 중단없는 국정 추진을 위해 적극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당 내부에서는 현재와 같은 인사청문 시스템으로는 누구도 검증대를 통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이런 식이면 누가 청문회를 통과하겠으며, 누가 일을 하겠다고 자리를 맡겠느냐”면서 “마녀사냥식 인사청문제도가 존재하는 한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결정은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새누리당은 사적인 부분은 비공개 검증하는 등 인사 청문회를 이원화하는 제도 보완에 조만간 착수할 방침이다.

반면 소장파를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과 비주류 진영에서는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며 야당 못지않게 반발 기류가 감지됐다. 친박(친박근혜) 주류에서도 이해는 하지만 허탈하다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다시 제기됐다.

한 초선 의원은 “만나는 의원들마다 ‘어이없다’는 분위기고, 아예 허탈하게 웃고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어쩔 수 없다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답답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초선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말 그대로 코메디 같은 일이고 지역구에 어떻게 설명하느냐”고 혀를 찼다.

당권주자들 반응은 엇갈렸다.

유력 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입장자료를 통해 “아쉬움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지만 국정 공백의 장기화에 대한 국정 책임자의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부응했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하지만 인사권자의 고뇌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유력 주자인 김무성 의원 역시 “잘못된 청문회 문화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도리(선택)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것이 대통령의 고뇌에서 나온 문제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주류 당권주자인 김영우 의원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장고 끝에 악수를 둘까 걱정했는데 현실이 돼 버렸다”면서 “인사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서 책임지고 떠나려했던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은 책임회피”라며 박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김기춘 실장의 책임지는 모습을 요구했다.

김상민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 총리가 국가 대개조를 할 수 있는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국민은 매우 의심스러워 한다”면서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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