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현행 국회법 85조 직권상정 요건 문제점 지적“헌법 명시 ‘다수결 원칙’에 위배되는 조항”“국가비상사태 요건도 주관적…아전인수격 해석 가능”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이 교착 상태에 빠진 1월 임시국회의 ‘핵’으로 떠오른 가운데 법 조항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핵심 요인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규정하는 국회법 제85조 조항이다.
국회의장의 ‘심사기일 지정’(직권상정) 조건을 규정한 85조는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들 세 가지 조항 가운데서도 특히 모순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요건이 바로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다.
직권상정이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정해서 해당 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하고, 기간 내에 상임위가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직접 그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치는 것이다.
즉, 직권상정은 여야 간 합의가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결단하는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현행 국회법은 여야 간 합의가 교착상태에 빠져 직권상정이 아니면 처리할 수 없는 법안이 있을 때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려면 또다시 여야 간 합의를 요구하는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야 간 합의가 있어야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조항은 헌법이 명시한 ‘다수결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는 견해도 여당 내에 있다.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법 49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국회의원 300명(정원 기준) 개개인이 헌법기관임에도 법안 처리 등을 각 당의 원내대표를 통해 협상하는 건 의사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이지만 각 당의 의원들을 대표하는 원내대표 간 합의를 통해서만 직권상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만장일치’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중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조항은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모호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저마다 아전인수격으로 이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최근 대내외 경제상황이 비상사태라며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를 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고 거절했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못 하도록 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가 이상한 조항이 만들어졌다”며 “이는 합리적 규제 조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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