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전대’ 여야 정계개편론 꿈틀…지각변동 시작되나

‘포스트 전대’ 여야 정계개편론 꿈틀…지각변동 시작되나

입력 2016-08-24 17:15
수정 2016-08-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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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정현 “호남 포기전략 포기”…西進정책 강화野 ‘플랫폼론’·‘제3지대론’…文측 ‘통합론’ 맞대응손학규, 원희룡과 제주서 회동…元 “孫, 추석끝나고 몸던질듯”

가을정국의 초입에서 정계개편론이 본격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그 기점이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여야 정치권에서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새판짜기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흐름이다.

당장 영남권에 기반을 둔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가 선출된 이후 ‘서진’(西進) 중이다. 대선국면에서 호남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전략적 밑그림이 그려지는 분위기이다.

야권 쪽은 변화 기류의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다. 제1야당인 더민주의 차기 지도부가 친문(친문재인) 성향으로 굳어지는 흐름이 촉발점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항하려는 야권의 잠룡들이 조심스럽게 공동전선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할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고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노골적으로 ‘플랫폼론’을 띄우고있다.

이미 정치권 저류에서는 여야를 떠나 중간지대에 있는 정치세력이 합쳐지는 ‘제3지대론’ 또는 ‘빅 텐트론’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떠오르고 있다.

◇ 與 서진전략…기존 지역구도 흔들까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23일 제2의 ‘DJP 연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 손잡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느냐”면서 “호남의 기존 정치 세력과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호남 포기전략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가 79석,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유민주연합이 50석을 얻자 이듬해 대선에서 연대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뤘던 일을 벤치마킹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는 “호남에도 대한민국 가치를 이해하는 합리적 보수세력이 존재한다”고 언급했고, 이는 더민주와 분당한 국민의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취임 후 꾸준히 추진해온 서진 전략과도 유사한 맥락으로, 영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새누리당과 호남을 안방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당이 세력을 규합한다면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이 대표 취임 전부터 이미 여권에서는 친박계 주류를 중심으로 충청권 인사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도 공공연히 나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충청권 주자를 영입함으로써 여권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을 규합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결국 새누리당은 영남을 기반으로 호남·충청으로 지지세를 확대, 기존 지역구도와는 전혀 다른 구도로 대선을 치러 정권 재창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野 정계개편론 무성…文은 ‘통합론’ 응수 = 야권에서도 새판짜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더민주 전대에서 친문 진영의 압승이 예상되고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권주자들의 활동 공간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흐름에 더욱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우선 국민의당은 최근 새누리당내 친박과 더민주내 친문진영을 제외한 정치세력과 대선주자들을 한데 모으는 ‘중간지대 플랫폼’ 띄우기에 나섰다. 비박·비문 후보군을 끌어들여 새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안철수 전 상임대표도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나아가 충청의 맹주인 김종필(JP) 전 총리와 추석전 ‘냉면 회동’도 예고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 19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청구동 JP 자택 예방으로 연대를 타진하는 ‘물밑 작업’은 벌써 현재진행형이다.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총선 이후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야권의 잠룡들을 잇달아 만났고, 여권인사인 남경필 경기지사와도 회동했다. 최근에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도 독대를 했다.

이같은 야권의 새판짜기 움직임의 배경에는 현재 가장 유력한 야권의 대표주자인 문 전 대표가 이대로 야권의 대선주자가 돼서는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문 전 대표 측은 ‘통합론’으로 응수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8일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들 뜻을 함께하게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목표는 정권교체”라며 “가장 필요한 것은 야권이 힘을 모으는 일이며 단일후보도 당연히 생각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한 얘기”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지지자 중에는 무조건 문 전 대표를 후보로 고집하기보다는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힘을 모으자는 단결론자들이 많다”고 했다.

◇ 손학규-원희룡 회동 주목…거세지는 ‘제3지대론’ = 친박이나 친문이 아닌 중간지대 인사들이 더민주·국민의당 등 기존 야당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규합될 수 있다는 ‘제3지대론’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정계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손 전 상임고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손 전 상임고문의 경우 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더민주에 돌아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다시 탈당해 국민의당을 향하기도 쉽지않은 만큼, 두 야당이 아닌 외곽에서 활동하며 제3지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 전 상임고문은 최근 더민주 김 대표를 만나고서 고(故)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지키며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대표 등을 만나는 등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손 전 고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추석이 지나면 칩거를 마치고 몸을 던지실 것 같은 느낌”이라고 글을 남겼다.

손 전 상임고문 측 관계자는 “두 분이 따로 만나신 것으로 안다”며 “복귀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원 지사도 개인적인 생각을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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