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北, 핵실험 자제하고 트럼프와 대화하려 할 것”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트가 승리하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당분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대형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북한도 관영 매체를 통해 힐러리보다 트럼프를 선호하고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대화에 목을 매온 북한이 일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은 당분간 하지 않고 직접 대화를 모색하는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0일 “미국이 핵 문제와 관련해 대북 강경책을 쓰지 않는 이상 북한은 핵실험을 자제하고 트럼프와 대화 국면을 만들어 가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마당에 섣불리 핵실험을 할 경우 모처럼 마련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할 것이라는 게 이런 시각의 밑바탕에 깔렸다.
북한이 이달 초만 해도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꾸준한 활동이 포착되는 등 미 대선을 앞두고 당장에라도 핵실험에 나설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조용히 지나간 것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자 신중한 행보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반면, 북한이 미국의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6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미 차기 행정부에 핵 보유국임을 각인시키고 북핵문제와 관련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김정은의 ‘핵폭주’가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국제정세와는 상관없이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 설정한 시간표대로 기술 개발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한 소식통은 “북한의 합리성 기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면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라는 기술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도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예상 시점은 북한 내부적으로 정치적인 행사가 많은 12월이 거론된다.
12월 17일 김정일의 사망 5주기 또는 같은 달 30일 김정은 최고사령관 취임 5주년을 전후해 도발을 감행,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게다가 내년 1월 8일은 김정은의 33번째 생일이라 이를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도 “올해 김정일 사망 5주기를 비롯해 내년 김정은의 생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이 잇달아 있다”며 “김정은이 자기 가계(김 씨 일가)의 우상화 정점을 찍을 수 있는 해가 바로 내년이라 도발 유인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이것이 곧 대북 유화책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트럼프는 국제무대에서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공화당과 보폭을 같이 맞춰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개인적인 성향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미국도 뭔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것”이라며 “대북제재를 포기하지 않고, 북한과 탐색적·협박성 대화도 얼마든지 벌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 소식통은 “트럼프는 살아온 인생 여정이 기업가, 장사꾼이라 굉장히 현실주의적인 사람일 수밖에 없다”며 “아직 국제정세나 북핵 인식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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