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평화공세’…남북관계 발판 정세돌파 시도하나

北, 대남 ‘평화공세’…남북관계 발판 정세돌파 시도하나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01 14:16
수정 2018-01-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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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매개로 대화 가능성…남북 채널복원 등 이어질지 주목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1일 신년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에 놓인 현재 북한의 처지를 돌파하기 위한 북한의 대외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자신들에 대한 “반공화국 고립압살 책동은 극도에 달했다”며 “우리 혁명은 유례없는 엄혹한 도전에 부닥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북한이 마주한 현재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결국, 이런 환경을 넘어설 카드로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꺼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신년사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내달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며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평창올림픽의 평화적이고 성공적 개최가 절실한 상황에서 북한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북 간 체육회담이 열리면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뿐 아니라 응원단 파견 문제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선수단뿐 아니라 폐막식 때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당시 최고실세 3인방을 한꺼번에 남쪽에 파견해 고위급 접촉을 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고위급 대표단이 올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남북 간 전방위적 대화를 복원할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북한이 응원단을 남쪽에 보내면 흥행 걱정을 하는 강원도 등 대회 주최 측에도 숨통을 틔우는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유니버시아드 때도 북한 미녀 응원단의 방남이 대회 흥행에 적잖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그동안 끊어진 남북 간 판문점 연락 채널을 복원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핵무장 완성을 재확인하고, 억지력을 바탕으로 평화공세로 전환했다”며 “대외 관계에서 남북관계를 가장 비중있게 다뤘는데 남북관계를 징검다리로 대외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날 신년사가 남쪽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을 통한 돌파구를 열자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믿음직한 전쟁억제력 보유’를 거론하며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 앞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위협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신년사에는 그동안 위협을 반복하는 것 외에 별다른 대미 메시지가 거의 없다는 것도 특징”이라며 “선(先)대남-후(後)대미 정책으로 통미봉남 정책의 전술적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신년사가 내부적으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을 밝히면서 절약과 자력갱생, 비사회주의 현상 제거 등을 강조한 것은 제재로 인해 어려운 현재의 경제와 사회 상황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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