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제 권고…불법 집회ㆍ시위 엄정대처”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각종 이익단체들이 집회ㆍ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15일 경찰에 따르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G20 행사에 맞춰 세계화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말고도 다양한 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그동안 서울시에 요구해온 ‘민영개발’을 관철시키려고 G20 정상회의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행사 개막 일주일 전인 다음달 4일 코엑스 바로 옆에서 500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최근 마을 입구에 높이 12m짜리 망루를 설치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자치회 관계자는 “조선시대에 왕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려 신문고를 만들었듯 망루를 세웠다. 공영개발 움직임을 보이는 서울시에 우리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G20 기간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미국과 일본 정상을 상대로 희생자 개인보상특별조치법 제정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유족회는 500∼1천명의 항의단을 조직해 미국과 일본 정상의 숙소나 동선 주변에서 흰색 한복에 마스크를 쓰고 평화적인 침묵시위를 벌일 계획이지만, 경찰은 돌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양경자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 등을 벌여온 한국지체장애인협회도 이달 말까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G20 행사와 관계없이 투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찰은 정상회의 첫날인 다음달 11일이 ‘지체장애인의 날’이어서 협회가 코엑스 주변에서 기념행사를 추진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UDT(해군 특수여전단 수중폭파대) 동지회’ 일부 회원들이 G20 정상회의 기간 정부에 국가유공자 혜택을 요구하는 상경집회나 기습시위를 준비한다는 설(說)도 나오고 있다.
동지회 심현철 회장은 “오히려 경찰 쪽에서 그런 얘기가 들어왔다. 뭔지 알아보려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논의된 것이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동지회원들이 시위에 나서면 폭력화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들 단체와 수시로 접촉하며 G20 기간에 집회ㆍ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행사장 주변에서 G20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상돼 역대 최다인 5만여명의 경력을 동원할 계획이지만, 다른 이익단체들까지 집회ㆍ시위에 나서면 경력이 분산돼 자칫 경비ㆍ경호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G20 기간에 시위를 하면 주장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자제 권고를 하고 있지만 불법 집회나 시위를 하면 경찰의 모든 장비를 동원해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