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만에 더민주 ‘한손에’…野 재편까지 도모安 통합제안 거부 후 ‘다음 수’에 관심…“주초 밝힐 것” ‘단칼화법’·실용주의…‘김종인표 인적쇄신’ 성공 여부 시험대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그야말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독무대’이다. 뇌관이 돼버린 야권통합 카드로 국민의당마저 그의 영향권 안에 놓였다.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의 말대로 그는 ‘임시사장’이지만, 노련한 ‘승부수 정치’로 총선 길목에 선 야권 전체를 손바닥 안에 넣고 ‘들었다 놨다’, ‘쥐락펴락’하는 모양새이다. 당 주변에선 “늘 요란하던 당이 이렇게 조용하기는 처음”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당장 국민의당이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을 공식 거부하면서 이번에는 김 대표가 어떤 승부수로 또한번 판을 뒤흔들지로 야권의 시선은 모아진다. 김 대표는 “주말 사이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보고 주초쯤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대표가 빠른 시간 내에 당을 장악한 데는 공천전권 확보 뿐 아니라 ‘경륜’ 이 주는 힘을 무시 못한다는 게 당내 대체적 평가이다.
김 대표는 야권의 분열상을 언급할 때마다 63년 조부인 가인 김병로 선생 중재로 시도됐다 실패로 끝난 윤보선 허정 후보간 단일화 협상을 옆에서 지켜봤던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한 인사는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약관을 갓 넘은 나이부터 50년간 한국정치를 관통해왔다는 점에서부터 압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한 중진의원도 “그때그때 ‘수’가 잘 안 읽히는 새로운 패로 판을 흔드는 ‘3김(金) 정치’식 여론몰이에 능하다”며 “‘고수’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련이 없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식의 그의 태도도 당 인사들을 긴장시키게 하는 한 요인이다.
‘이방인’이었던 김 대표가 구사하는 정치적 문법은 야권 인사들이 익숙해져 있는 기존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 언급을 대수롭지 않게 툭툭 던져 ‘단칼 화법’이란 말까지 회자된다. 현학적 수사에 길들여진 야권에서는 낯설은 풍경이다.
호남 민심을 감안, 국보위 전력을 놓고 한차례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자신의 언행을 좀처럼 물리는 법도 없다. 대북발언과 일부 영입 등을 둘러싼 정체성 공격에도 오히려 “세상이 바뀌면 당도 바뀌어야 한다”, “일관성이 밥 먹여주느냐”고 응수했다.
김 대표가 일부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생각대로 밀어붙이는데는 그렇게 해야만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모든 걸 정권교체라는 기준에 따라 판단하더라. 일종의 실용주의”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구원등판’으로 주도세력 교체가 이뤄지면서 당내에는 분명히 ‘김종인 사단’으로 불려지는 인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의 이해집단 형태의 ‘계파’를 이루기 보다는 한사람한사람이 개별적 인연 등으로 김 대표와 맨투맨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은 기존 야당의 수장들과는 다른 ‘용인술’로 꼽힌다.
한 관계자는 “정보의 깊이나 내용 면에서 다양한 조언그룹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이지만 주변에도 좀처럼 노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침없는 ‘마이웨이’ 이미지가 각인돼 있지만, ‘어르고 만지기’식의 스킨십에도 강한 편이라고 주변 인사들은 전한다.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당무위에서 선거 권한 위임 문제를 놓고 일부 논란이 일었을 때 지원사격을 해준 의원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보내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또한 3선 이상 50%, 초·재선 30%을 대상으로 한 정밀심사 방침으로 내부 동요가 심해지자 지역별로 의원들과 비공개 식사를 하며 “본인이 경쟁력만 있으면 걱정할 일 없다”고 달랬다는 후문이다. 지난 4일에는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의원 전원에게 친전과 함께 건강보조식품을 돌렸다. 한 인사는 “틈나는대로 ‘전화정치’를 활발히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 대표의 역할이 단지 총선 이전으로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킹메이커를 자임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 김 대표는 당장 야권통합과 공천이라는 첫 시험대 앞에 놓였다. 통합 제안을 안 전 대표가 거부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잘 매듭지을지와 금주부터 본격화할 현역 물갈이와 비례대표 수혈 과정에서 ‘김종인표 인적쇄신’을 제대로 보이느냐가 바로미터이다.
그 향배에 따라 당이 언제든지 다시 시끄러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비상대권을 넘기면서 공동운명체로 묶인 문재인 전 대표가 ‘침묵’을 깰지 여부도 이에 달렸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들 숨죽이고 있지만, 정체성 논란의 불씨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어 보인다.
김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대표가) 된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다. 나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이렇게저렇게 말하는데에 관심이 없다”며 “내 나이 77세다. 나는 무리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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