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성 지키는 재일조선인 이해를”

“민족성 지키는 재일조선인 이해를”

입력 2010-10-13 00:00
수정 2010-10-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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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체류기’ 펴낸 조선적 재일동포 3세 리정애 씨

“재일조선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정대세 선수 때문에 재일동포의 현실이 일부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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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정애 연합뉴스
리정애
연합뉴스
또 한 사람 있다. 나고 자란 곳은 일본, 본적은 제주도, 국적은 조선. 남한은 고향이고, 마음 속 조국은 북한이다. 재일동포 3세 리정애(35)씨 얘기다. 리씨는 최근 ‘재일동포 리정애의 서울 체류기’(임소희 그림, 보리 펴냄)를 펴냈다. 2007년부터 2년 동안 월간지 ‘민족21’에 연재됐던 내용에다 못다한 얘기들까지 묶었다.

●한·일 모두 미귀속… 사실상 무국적

1945년 광복 뒤 일본은 재일동포를 외국인으로 분류했다. 정확히 조선적(朝鮮籍)이라 했다. 말이 좋아 조선적이지 실제는 무국적이나 다름없다. 일본으로 귀화하지도 않고, 한국 국적을 얻지도 않는 동포들의 현실이다. 조선적에도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북한을 선택하고 싶지만 일본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못하는 경우, 그리고 통일된 조국을 바라며 어느 한쪽도 택하지 않는 경우다.

2004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 해마다 양국을 오가며 고향 땅에서 살아가는 재미에 푹 빠진 리씨의 기록은 독자에 따라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

리씨는 자신의 조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 말한다. 색안경을 꺼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그러나 리씨 역시 이 땅의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 인기 드라마 ‘추노’에 나오는 ‘최장군’ 팬이다. 일본인을 닮았다는 말에 상처받는다. 모국어는 일본어지만 우리말을 하는 게 더 좋다. 서툴다거나, 북한식 억양을 불편해하면 또 상처받는다. 조선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어온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다.

차별과 멸시가 두려워 대부분 동포들이 ‘조선’이라는 말을 빼고 ‘자이니치’(재일)라고 줄여 표현하는 상황이 슬프다고 하는 리씨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더라도 조선적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재일동포들이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겪어야 했던 인고의 세월을 체류기를 통해 접하다 보면 그가 국적을 바꾸지 않는다고 탓할 수 없는 까닭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리씨는 “(처음에는) 조선적을 지키는 게 재일조선인에 대한 일본의 차별과 제국주의 만행을 규탄하기 위해 해야 할 당연한 일로 생각했지만 정답 같은 것은 없는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조선-한국 국적 1호 부부

한편 리씨는 지난 10일 동갑내기 한국 청년 김익씨와 백년가약을 맺으며 ‘조선 국적-한국 국적 1호 부부’가 됐다. 통일이 되면 이룰 수 있는 여러 꿈 가운데 하나를 미리 앞당겨 성취한 그로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10-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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