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가정’ 오바마도 한국에선 관심병사…낙인찍기 안돼”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심명옥(44·여)씨와 최형숙(43·여)씨가 비를 맞으며 ‘오바마가 한국에 살았다면 그 또한 관심사병(병사)!’ ‘결손가정, 경제적 빈곤자 관심사병 분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쓴 패널을 들고 서 있었다.
’관심병사 분류 정책 비판’ 1인시위
‘한국한부모연합’ 회원 심명옥씨가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한부모가정 자녀를 관심병사로 분류하는 군 정책을 비판하며 ’오바마가 한국에 살았다면 그 또한 관심사병(병사)!’라고 쓴 패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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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결별과 재혼으로 조부모 손에서 자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군대에 입대했다면 그 역시 ‘관심병사’로 분류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각각 17세, 9세 아들을 키우는 한부모가정의 가장인 심씨와 최씨는 최근 총기 사건으로 알려진 관심병사의 분류기준을 알고 나서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을 포함해 한부모 및 미혼모 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은 이달 말까지 같은 자리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씩 1인 시위를 한다.
군은 적응이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병사를 A급(특별관리대상), B급(중점관리대상), C급(기본관리대상) 관심병사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자살 계획·시도자와 사고유발 고위험자는 A급, 결손가정(한부모가정), 경제적 빈곤자(기초수급자), 성 관련 규정 위반자, 성격장애자, 구타·가혹행위 우려자는 B급이다.
관심병사 지정의 취지는 군생활 적응이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병사를 보호·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 병사’라는 낙인찍기로 왕따 등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심씨 등은 “성격장애자 등과 한부모가정 자녀를 같은 기준으로 분류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군 생활 적응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 형태나 경제적 수준, 성적 취향으로 구분해 낙인찍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분류기준의 ‘결손가정’ 표현은 부부 중심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빠져 다른 형태의 가정을 비정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분류기준은 하나의 이정표일 뿐 현실은 지휘관의 상담과 관찰, 성격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며 “지적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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