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 원인은 질식? 외력? 지병?…국과수 “확인 불가”
전 세모그룹 회장 유병언의 시신을 정밀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5일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 감정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국과수는 독극물에 의한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병언의 간과 폐, 근육 등 감정물을 일반독물과 마약류, 케톤체류 등으로 감정했다.
그 결과 간과 폐는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고 근육은 케톤체류의 경우에만 음성 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서 원장은 또 목 등 질식사 가능성, 지병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 멍 등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을 모두 분석했으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고 내부장기가 소실된 탓에 사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뱀 등 맹독성 동물에 의한 중독 또는 약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낮아 배제됐다.
이로써 유병언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결국 미궁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사인 감정에 참여한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은 “일반적인 부패 시신이라도 사인 규명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유병언 같은 경우는 너무 많은 조직이 손실돼 사인을 규명할만한 실마리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병언의 사인을 규명하는 것은 수사당국의 몫이 됐다.
이날 발표장에 나온 30년 경력 법의학자 강신몽 가톨릭대 교수는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국과수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사인 규명은 시신 부검만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병언의 행적과 현장에서 얻은 단서를 함께 분석하면서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유병언이 숨진 채 발견된 전남 순천 송치재 매실 밭 현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인근 지역의 지형적인 요건과 당시 날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다각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곳의 환경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큰 곳”이라면서 “유병언이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숨진 모습이 찍힌 현장사진을 보면 유병언이 저체온증으로 인해 오히려 덥다고 착각하는 ‘이상탈의’ 증상을 겪은 정황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