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북한주민 구조 선장 “팬티만 입은 채 손 흔들어”

표류 북한주민 구조 선장 “팬티만 입은 채 손 흔들어”

입력 2016-08-24 11:45
수정 2016-08-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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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구 설치하러 소연평도 해상 지나다가 발견

24일 서해 북단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표류하던 북한 주민을 처음 구조한 이는 조업 준비를 하던 어민이었다.

연평도 어민 A(53)씨는 9월 1일부터 시작될 꽃게 조업을 위해 어구를 설치하려고 이날 아침 소연평도 인근 해상으로 배를 몰았다.

선장인 A씨 외에도 선원 3명이 어선에 함께 타고 있었다.

오전 7시 10분께. 소연평도에서 서쪽으로 2㎞가량 떨어진 해상으로 배를 모는데 200m가량 떨어진 바다에 떠 있는 수상한 물체가 보였다.

어선의 속도를 줄이며 다가가니 한 남성이 스티로폼을 붙잡은 채 손을 흔들었다.

다급한 마음에 A씨는 일단 바다에 빠진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 싶어 선원들과 함께 남성을 어선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연평도가 북한과 가깝다 보니 구조한 직후 곧바로 남성에게 ‘북에서 왔소’라고 물었다”며 “처음에는 입을 딱 닫고 아무 말도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재차 물어보자 이 남성은 다소 알아듣기 힘든 북한 사투리로 무어라고 대답했다.

A씨는 “이북 사투리를 쓰는 것을 보고 북한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팬티만 입은 차림에 비쩍 말랐다”고 기억했다.

A씨는 어선을 몰고 연평도로 귀항해 이 남성을 군 당국에 인계했다.

A씨가 이날 구조한 남성은 북한 주민 B(27)씨로 확인됐다.

보안당국은 B씨가 스스로 탈북했는지, 해양조난사고를 당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며 귀순 의사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에서 북한과 가까운 곳은 불과 10여㎞ 떨어져 있다”며 “조류를 타고 오는 것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귀순 여부 등은 정보기관 소관이라 군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7일에도 북한 주민 3명이 어선을 타고 인천 해역을 지나다가 해경에 발견됐다.

평안북도에서 출발한 북한 주민들은 당시 곧바로 귀순 의사를 밝혔고, 국정원 합동신문센터로 넘겨져 귀순 경로 등을 진술했다.

근래 수년간 서해에서는 북한 주민의 귀순이 이어져 왔다.

2011년 2월 북한 주민 31명이 어선을 타고 연평도 해상으로 남하했다가 이 중 4명이 귀순하고 27명은 북한으로 돌아갔다. 또 같은 해 11월에도 북한 주민 21명이 목선을 타고 남하, 전원 귀순했다.

2014년 8월에는 북한 주민 2명이 강화군 교동도로 헤엄쳐 넘어와 귀순했고 2015년 10월에도 북한 주민 1명이 비슷한 방식으로 교동도로 와 귀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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