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통령 뜻이라 생각해 도와” 취지 진술…‘강제모금’ 집중 추궁
검찰이 3일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와 공모해 기업들에게 거액의 기부 행위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로 긴급체포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상대로 이틀째 조사를 이어갔다.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안 전 수석을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전날 조사에서 주요 혐의를 부인한 안 전 수석을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에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석으로서 직무권한을 남용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안 전 수석은 소환 당일 조사에서 기업들을 강요·압박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기업들이 각자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동참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며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안 전 수석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재단 설립과 모금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진술, 모금 과정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미르·K스포츠 관계자들의 진술, 통화내역 및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을 근거로 안 전 수석이 기한 내에 기업들이 모금액을 채울 수 있도록 압박을 가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최씨가 설립과 운영 과정 막후에서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도우라고 박 대통령이 안 수석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수석은 전날 박 대통령이 여러 공개 장소에서 두 재단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 만큼 재단들이 잘 설립돼 운영하도록 돕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의 설립과 모금 과정뿐 아니라 K스포츠재단이 롯데, SK, 부영, 포스코 등 기업들에 추가 기부를 요구하는 과정에 이례적으로 깊숙이 개입하고 최씨가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더블루케이의 사업 회의에까지 직접 참석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런 행동을 한 동기·배경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안 전 수석의 진술 태도에 따라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은 체포영장 시한인 4일 자정까지 안 전 수석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 육성 명분으로 최씨 모녀의 독일 내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난 것과 관련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독일에서 정유라(20)씨의 훈련을 돕고 말 구입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을 2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승마협회,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불러 정유라씨가 수혜자인 지원 프로젝트를 시행한 배경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삼성측에 ‘선수육성을 위한 전지훈련 계획’을 제안하고, 독일에서 훈련 지원 등을 뒷받침할 컨설팅 회사 계약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승마협회 고위간부 출신의 박모씨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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