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올바른 독서 습관 갖게하는 방법은
“우리 아이는 제가 골라주는 책은 안 읽어요.”“중학생인 제 아들은 만화책만 읽는데 어떡하죠?”
엄마들은 오늘도 고민이 많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기르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된다. 필독서는 또 왜 이리 많은지. 큰 맘먹고 전집을 구해주면 아이는 정작 다른 책을 읽는다. 이런 엄마들을 위해 사서들에게서 올바른 책 고르기와 독서 습관들이기에 대해 들었다.
서울 구로도서관이 지난 달 개최한 북스타트 행사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시교육청 제공
유아들은 도서관 분위기를 익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서울 정독도서관 학교도서관 지원과에 근무하는 사서 김미선씨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끝나면 부모가 자연스레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도록 하라”며 “자녀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라”고 강조했다.
자녀가 한 권만 되풀이해 읽는 일도 흔한데, 역시 그대로 두는 게 좋다. 김씨는 “유아는 사고력이 촘촘하지 않아 수십 번을 읽어야 내용을 모두 이해한다”며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혼자서 고르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일은 당연한 일이므로 부모가 이를 진득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가 직접 자녀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스마트폰이나 녹음기 등으로 녹음하고, 잠잘 때 들려줘도 좋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유아 대상 프로그램도 눈여겨보자. 부담 없이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녀가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자꾸 빠지려 해도, 반복하다 보면 곧 적응된다. 이번 달 개포도서관에서는 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전래동화 인형극 등을 한다. 용산도서관에서는 구연동화인 ‘행복한 동화나라’와 ‘영어동화 스토리텔링’ 등도 진행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될 수 있으면 특정 분야보다 소설 등 정서를 다룬 책을 많이 읽도록 유도해주는 게 좋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인지력이나 사고력이 급성장하면서 남녀의 독서경향이 뚜렷하게 갈린다. 남학생들은 추리, 모험 소설 등을 주로 선호하고, 여학생은 로맨스 소설 등에 빠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때가 지나면 정서를 길러주는 책 읽기가 어려워진다.
책을 안 읽는다고 조바심이 나서 중학생 자녀들에게 필독서를 강권하면 자녀는 되레 책과 멀어지게 된다. 강태윤 사서(개포도서관 정보자료과)는 “책을 적게 읽거나 독서 습관이 잘 안 붙은 자녀에게는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으로 책과 친해지도록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에는 그림이 많고 가벼운 내용을 담고 있거나,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내용에 대한 책을 붙여주는 게 좋다. 중2~3때에는 학교 교과에서 언급된 서적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강 사서는 “중1 때에는 올해 많은 사람이 봤던 영화 ‘명량’ 등의 내용을 난중일기에서 읽도록 하면 책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난다”면서 “도서관에서 하는 청소년 독서회 등을 통해 책을 접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도서관은 모두 청소년 독서회를 꾸리고 있다. 이번 달에는 강남도서관이 ‘철학, 문학을 만나면 즐겁다’ ‘조선기록문화유산’ 등 교과서에 나오는 책들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덕평생학습관에서는 책과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는 ‘장애청소년을 위한 독서&문화 토론’을 진행한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독후감을 억지로 쓰게 하지 않도록 한다. 강 사서는 “책을 읽고 단 한 줄만이라도 쓰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자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포스트잇 등에 내용을 간략하게 쓰거나, 느낌을 몇 줄 적는 것으로 끝내도록 하자.
유아나 청소년기 자녀들에게 어떤 책을 권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학부모가 직접 도서관을 찾아도 좋다. 도서관마다 매월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주제별, 연령별, 신간 혹은 베스트 셀러 등 사서들이 머리 짜서 고민한 목록들이다. 예를 들어 정독도서관은 매월 2~3차례에 걸쳐 10권씩 추천도서를 홈페이지에 올린다. 김지혜 사서(정독도서관 문화활동지원과)는 “도서관 중에는 트위터나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홍보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정기적으로 이런 정보를 모아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의 연령대별로 맞는 책을 안내해주는 독서지도법 관련 서적도 유용하다. 총류 서가에 가면 이런 책들이 있다는 게 김 사서의 조언이다. 강동도서관에서는 이번 달 중 ‘엄마표 미술교육’과 ‘엄마표 역사교육’ 등의 강좌를 진행한다. 강서도서관이 자녀의 독서 토론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학부모에게 지도하는 ‘자녀를 위한 독서디베이트’ 프로그램 등도 눈여겨보면 좋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10-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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