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정연진, 공동 14위로 맹활약
읽기조차 힘든 이름을 가진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이 골프의 성지에서 열린 제139회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제139회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남아공의 루이 웨스트호이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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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라운드부터 선두에 올라 돌풍을 일으킨 웨스트호이젠은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적어내 2위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9언더파 279타)를 무려 7타차로 따돌렸다. 상금은 85만파운드(미화 약 130만달러).
웨스트호이젠과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쳤던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3타를 잃고 무너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함께 공동 3위(8언더파 280타)에 머물렀다.
2003년 프로로 전향한 뒤 7년 동안 우승이 없었던 웨스트호이젠은 지난 3월 유럽프로골프투어 안달루시아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뒤 4개월만에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까지 제패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내게 됐다.
남아공 선수로서는 네번째 브리티시오픈 우승자가 된 웨스트호이젠은 2002년 선배 어니 엘스(남아공)가 차지했던 클라레저그를 8년만에 남아공으로 다시 가져왔다.
무명의 웨스트호이젠의 우승 못지 않게 아마추어 선수로 출전한 정연진(20)의 선전도 눈부셨다.
브리티시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낸 정연진은 마지막날 이븐파 72타를 쳐 합계 4언더파 284타로 공동 14위에 올랐다. 정연진은 아마추어 출전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남겨 실버메달을 받았다.
특히 정연진은 18번홀(파4)에서 이글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골프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연진은 “큰 대회에서 좋은 스코어로 마치게 돼 자신감을 얻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호주에서 주로 연습을 하는데 탄도가 낮은 샷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연진은 “아마추어 자격을 유지해야 내년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 전향은 마스터스 이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3라운드가 끝난 뒤 우승권에서 멀어지면서 마지막날 승부는 챔피언조의 웨스트호이젠과 케이시의 대결로 좁혀졌다.
웨스트호이젠이 4타차로 앞서 있었지만 유럽투어 1승이 전부인 선수였고 케이시는 유럽투어에서 10승,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1승을 올린 정상급의 선수였다.
웨스트호이젠이 시종 여유있는 경기를 펼친 반면 케이시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웨스트호이젠은 7번홀까지 침착하게 파를 지켜 나갔고 케이시는 2번홀(파4)에서 한타를 잃었지만 6번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하며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웨스트호이젠이 우승을 예감한 것은 9번홀에서였다. 352야드의 짧은 파4홀에서 웨스트호이젠은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15m가 넘는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케이시도 버디를 잡았지만 5타차로 벌어지면서 후반에 힘든 추격전을 예고했다.
웨스트호이젠은 10번홀(파4)에서 두번째샷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했지만 퍼터로 굴린 어프로치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파로 막는 위기 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웨스트호이젠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자 케이시가 먼저 무너졌다. 12번홀(파4)에서 웨스트호이젠이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뜨리며 환호한 반면 케이시는 티샷을 덤불에 빠뜨려 1벌타를 받고 세번째 샷을 치는 바람에 결국 3타를 잃고 홀아웃하면서 타수차는 8타로 크게 벌어졌다.
웨스트호이젠은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18번홀에서 가볍게 파로 마무리하며 아내와 어린 딸, 남아공 선수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시상식에 참석한 웨스트호이젠은 “생일을 맞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퍼트를 할 때 경련이 일어나 걱정이 됐는데 리드를 지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웨스트호이젠은 “내일이 돼야 우승이 실감이 날 것 같지만 이번 주 내내 경기를 잘 풀어 나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마지막날 이븐파 72타를 치는데 그쳐 공동 23위(3언더파 285타)에 머물렀다. 올드코스에서 세번째 우승을 노렸던 우즈는 나이키의 메소드 퍼터를 예전에 쓰던 스카티 카메론 퍼터로 다시 바꿔 나왔지만 벌어진 타수를 좁히지 못했다.
두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양용은은 2타를 잃고 합계 3오버파 291타로 공동 60위로 떨어졌다.
양용은은 “브리티시오픈 코스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더 배워야겠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행운이 필요하다”며 아쉬워했다.
재미교포 나상욱(27.타이틀리스트)은 2언더파 286타로 공동 27위,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는 공동 48위(1오버파 289타)로 대회를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