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MVP 용덕한 인생역전
단 하나의 투구와 스윙이 승부를 가르는 포스트시즌 단기전에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스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두산의 백업 포수 용덕한(29)이 올 시즌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이 됐다.2010 준PO- 용덕한 2타점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 2회말 1사 1,2루, 두산 용덕한이 2타점 중전 2루타를 치고 2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 두산과 롯데의 경기 2회말 1사 1,2루, 두산 용덕한이 2타점 중전 2루타를 치고 2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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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덕한은 페넌트 레이스에서 올 시즌 신인왕이 확정적인 후배 양의지(23)에게 밀려 제대로 출전조차 못했다. 선발로 나올 기회가 없다 보니 타율도 .136에 불과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려 .667(9타수 6안타)의 경이적인 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어느 때보다 중요한 4·5차전에서 선발로 출장해 7타수 6안타를 때려냈다. 지난 3일 4차전에서 2-2로 맞선 6회 1사 2루에서 결승타를 때려 팀을 살려내더니, 5일 5차전에서는 2회 1사 1·2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용덕한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활약이었다. 페넌트 레이스에서 결승타를 때려 본 적도 없다. 용덕한 스스로 “정규시즌에 안타를 6개밖에 못 쳤는데 준플레이오프에서 6안타를 쳤다. 1년치 안타를 이번에 모두 쳤다.”고 할 정도였다. 용덕한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66표 가운데 45표를 얻어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타석에서 믿을 수 없는 활약으로 MVP가 됐지만, 용덕한의 진가는 수비와 투수리드에서 드러났다. 5차전 3회 초 무사 1·3루의 위기에서 황재균의 3루 땅볼 때 3루수 이원석의 송구를 받아 안정적인 블로킹으로 3루 주자 전준우를 잡아내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선발로 나온 에이스 김선우의 부담을 지능적인 리드로 덜어줬다. 직구 대신 커브와 싱커를 요구해 서둘러 승부를 보려는 롯데 타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뒤늦게,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 본능’을 폭발시킨 용덕한의 활약이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0-10-06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