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 부담 털고 2타점 적시타 ‘부활 날갯짓’
포스트시즌 8경기 동안 타율 .091(22타수 2안타). 11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둔 김현수의 성적표는 우울했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만난 김경문 두산 감독은 김현수에 대해 “매일 잘할 수는 없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스윙이 나와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4차전 선발에서도 제외됐다.사실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타격 밸런스도 괜찮았다. 연습타석에선 계속 좋은 타구를 보여줬다. 문제는 멘털이었다. 포스트시즌 초반 안 맞기 시작하면서 타석에서 계속 나쁜 그림을 머릿속에 그렸다. 김 감독은 “현수가 부담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계기가 생기면 원래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필요한 건 단지 계기였다.
이날 그 계기가 찾아왔다. 3-7로 뒤진 7회말 2사 만루에서 손시헌 대신 등장했다. 상대투수는 삼성 불펜의 ‘핵’ 안지만. 볼카운트 2-0에서 3구째 높게 들어온 볼을 힘껏 잡아당겼다.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때렸다. 2타점 적시타. 김현수는 그제서야 미소를 되찾았다.
김현수 각성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이미 페이스를 찾은 김동주-최준석과 함께 중심타선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김동주는 이날 5타수 3안타를 때렸다. 최준석도 5타수 2안타였다. 두산으로선 5차전에서 특유의 타선 대폭발을 기대해 봄 직하다. 특히 좌타자인 김현수 부활은 삼성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삼성의 유일한 좌완 권혁은 부진이 심각하다. 5차전 승부의 키는 김현수가 쥘 가능성이 크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10-10-12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