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넘어 장르 된 ‘복고’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입맛이 MZ세대 사이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가운데 쑥, 인절미 등 전통적인 재료가 들어간 호텔 빙수가 등장했다. 사진은 인터컨티넨탈의 ‘시그니처 쑥 빙수’. 인터컨티넨탈 제공
김씨는 “PC와 모바일을 모두 준비하고 약게팅에 도전했는데 망설이는 순간 서버가 터졌다”면서 “약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야 ‘겉쫀속촉’(겉은 쫀득하고 속은 촉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약게팅 #할매입맛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약게팅’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약과 구매 인증샷.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약과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Z세대가 레트로 문화를 ‘힙하게’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지난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쇼핑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경험 소비, 가치 소비가 유통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복고’가 경험 콘텐츠의 대안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매년 해외여행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였던 젊은 세대가 2년 반 동안 해외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레트로를 ‘과거로의 시간여행’ 같은 팬시하고 이국적인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봤다.
이랜드의 패션 브랜드 스파오는 11일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담은 티셔츠를 출시한다. 전설의 포켓몬으로 불리는 ‘뮤츠’ 캐릭터가 담긴 티셔츠는 한정판으로 극소량만 판매한다. 이랜드 제공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복고 트렌드에 기반을 둔 상품 개발은 그나마 결과물을 내기가 수월했다”면서 “소비자 반응도 뜨거웠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레트로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마케팅이 나타나지 못해 레트로가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SPC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SPC 계열사인 던킨이 포켓몬 도넛을 출시했다. 던킨 제공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구 문화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하며 자라온 기존 세대와 달리 Z세대는 K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멋지다고 인식하는 첫 세대”라면서 “예전에는 제사상 음식에 불과했던 전통음식·전통주에 열광하고, SNS에 전통 콘텐츠 소비를 과시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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