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미 반도체 수출 통제 유예 종료
방문규, 미 상무 부장관 만나 협조 요청美부장관 “韓기업, 합법적 中사업 허용”
“韓 사업 지속할 수 있게 모든 일 할 것”
산업, 미 IRA에도 “韓 입장 고려해달라”
中 “美 억제는 中과학기술 능력만 증강”
미국 상무부 부장관 만난 방문규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과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9.22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서울신문 DB
산업부는 방 장관이 22일 서울에서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을 접견해 한미 간 경제·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방 장관은 “한미 간 첨단산업·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 협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반도체 수출 통제, 가드레일 규정 등 현안도 원만히 해결되도록 상무부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방 장관은 한미 관계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8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첨단산업·기술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보다 제도화된 협력이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방문규 장관, 미국 상무부 부장관 면담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2023.9.22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자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막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심사를 받지 않고 중국 반도체 공장에 장비를 반입할 수 있는 1년 유예 기간은 다음달로 끝나지만 양국은 연장 여부를 놓고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미 상무 부장관 “안보 심각하나
미 협력국 기업 옥죄고 싶지 않아”한미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전날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 기술협력 포럼’ 현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합법적인 사업은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레이브 부장관은 “우리는 국가 안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미국이나 동맹국들, 미국과 협력하는 파트너 국가들의 반도체 기업들을 불필요하게 옥죄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 기업들이 우려를 이해하고 있으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다하겠다”며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도 했다.
2021년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한 반도체 전략 회의에서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발언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워싱턴 AP 연합뉴스
尹과 악수하는 러몬도 미 상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2023.4.29 [공동취재]
앞서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 낸 공식 의견서에서 우리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첨단 반도체 기준을 5%에서 10%로 높이고, 첨단과 범용 반도체를 나누는 기준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방 장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그간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왔다고 평가하면서 남은 쟁점에 대해서도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그레이브스 부장관에게 요청했다.
IRA 시행 이후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 완성차 공장이 설립될 때까지 현지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리스 형태로 수출길을 찾았다. 배터리 분야에서도 양극재와 음극재가 핵심 광물과 같은 ‘구성 소재’로 분류되는 등 한국 이차전지 업체들에 대체로 우호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 배터리 업계는 여전히 중국 기업과의 합작이 협력이 활발한 상황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도 전날 그레이브스 부장관과 별도 면담을 하고 IRA,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수출 통제, 철강 수입 규제 등 양국 간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연합뉴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6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中이 앞서가지 못하게 경계해야”
中 “압박으론 中발전 막을 수 없어”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의 반도체법 1년 평가 청문회에서 중국의 첨단반도체 생산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도체법 혜택이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조만간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는 지난달 러몬도 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고사양인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사용한 스마트폰을 깜짝 발표했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이 7nm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며 중국이 미국을 해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지식재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법에 따라 지원금 혜택을 받는 기업들의 중국 사업 확장을 제한한 가드레일의 최종 규정이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에 “곧 수주 내로 완성될 것”이라면서 “지원금의 단 1센트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의 중국 기업 차별에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일반화(확대해석)해 중국 기업을 차별하고 불공정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압박과 억제로는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의 자립자강과 과학기술 혁신에 대한 결심과 능력을 증강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그래픽. 서울신문 DB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