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美무성의’에 뿔났다…CIA 책임자 ‘추방’ 초강수

獨, ‘美무성의’에 뿔났다…CIA 책임자 ‘추방’ 초강수

입력 2014-07-11 00:00
수정 2014-07-11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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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겔 “북한·이란에나 할 수 있는 조치…외교적 지진”

독일 정부가 10일(현지시간) 미국의 베를린 주재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추방키로 한 조치에 대해 슈피겔은 “외교적인 지진”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최고위급에 대한 추방은 북한, 이란 등 ‘천대하는 국가’에나 생각할 수 있는 조치”라며 독일 정부가 절대 우방인 미국에 이례적으로 초강수를 둔 배경을 설명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전 토마스 데 마이치에레 내무장관, 프랑크-발터 슈타인 마이어 외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페터 알트마이어 총리실장 등과 긴급전화회의를 한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

전화회의에서 모든 장관은 두 가지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무엇보다 이번 자국 정보기관원에 이중첩자 활동을 하도록 사주한 정황이 드러나고 나서도 적절한 해명을 하지 않은 미국의 태도에 실망했고, 둘째는 여론이 악화돼 독일 정부가 이 사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이 사안과 관련, 미국 정부를 향해서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해왔다.

이번 사안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후 중국을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7일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정보기관간, 파트너간 신뢰할 수 있는 협력관계라고 생각해왔던 것에 명백히 모순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행위에 대한 괘씸한 마음이 읽히지만, 되도록 외교적인 수사를 사용해 감정을 자제하면서 미국에 사안의 중대성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에서 나온 대응은 무책임한 수준을 넘어 무성의하다는 것이 독일 정치권과 언론의 반응이었다.

백악관은 “이번 상황을 적절하게 해결하기 위해 독일과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고 상황을 누그러뜨릴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이날 미국 정보 책임자에 대한 추방 조치를 앞두고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참았던 미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전날 밤 독일 방송에 출연, 미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해 “멍청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마이치에레 내무장관은 “스파이 행위를 한 용의자가 확보한 정보는 웃을만한 것들이지만, 그 정치적인 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메르켈 총리도 “이날 동맹국을 상대로 한 스파이 행위는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미국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독일 정부는 이날 오전 미국 CIA 최고 책임자에 대한 ‘추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곧바로 ‘정보 책임자에 출국을 권고했다’고 표현으로 순화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를 발표하고 “서방 동반자 국가들, 특히 미국과 긴밀하고 신뢰성 있는 협력을 계속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

한편 독일 연방 검찰은 지난주 연방정보국(BND)에서 근무하는 31세 직원을 체포해 그가 지난 2년간 2만5천유로(약 3천400만원)를 받고 CIA에 218건의 문서를 넘겨준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이번 사안과 연루된 두 번째 용의자인 국방부 직원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8일 알려지자 독일 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

두 번째 용의자는 몇 년 전 코소보에 근무하면서 미국의 정보기관원들과 친분을 쌓았으며, 특히 그의 통장에 미국인으로부터 2천유로가 입금된 것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 용의자는 결혼식 피로연을 위해 돈을 빌렸고 일부는 갚았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검찰은 체포영장을 신청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슈피겔은 스파이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있든 없든 검찰이 두 번째 용의자를 조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 감청 사건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인 대응에 화가 난 독일 국민의 분노를 외면할 수 없는 독일 정부가 미국 정부에 대한 초강수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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