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상 랑베르의 2015년 모습. 식물인간 상태이지만 그는 가끔 눈을 떠보인다. 하지만 자극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다.
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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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항소 법원은 당초 이날 아침부터 북부 림스의 한 병원 의료진이 떼냈던 영양분과 물 공급 장치를 다시 연결하도록 밤늦게 명령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랑베르의 부인 레이철과 달리 아들을 살릴 수 있다며 생명 연장 장치를 계속 달게 해달라는 어머니 비비앵(73)의 간절한 염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비비앵은 이날 판결이 아들의 생명 유지를 위한 힘겨운 싸움에 “커다란 승리”라고 감격한 뒤 “아들에게 영양분과 물을 다시 공급할 것이다. 난 법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모터사이클 사고를 당한 랑베르는 심각한 뇌 손상과 사지마비 등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별달리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4년 레이철과 다섯 형제자매는 소극적 안락사(존엄사)법에 따라 그에게 영양과 수분 공급을 끊기로 결심했다.
뱅상 랑베르의 어머니 비비앵이 아들의 사진을 든 채 연명 치료 중단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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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의료진이 말기 환자를 깊은 수면으로 유도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어 랑베르 사례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환자의 아내, 형제자매와 부모 사이 이견이 노출돼 복잡하게 꼬였다.
랑베르의 부모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에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대통령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랑베르는 이번 주에 수분 부족으로 죽게 될 것이다. 당신이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마지막 사람”이라며 아들이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부모들은 “보건장관이 장애인에 대한 프랑스의 의무를 존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만약 랑베르를 죽게 놔둔다면 후세는 이를 “국가에 의한 살인”으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앞에는 어머니 비비앵이 만든 홈페이지 ‘난 뱅상을 응원해’를 보고 모인 150여명의 지지자들이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뱅상 랑베르의 아내 레이철. 그녀와 뱅상의 다섯 형제자매는 부모와 달리 연명 치료가 의미없다며 수분과 영양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B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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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랑스 보건부는 유엔 위원회의 결정이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그네스 부진 보건부 장관은 “모든 법적 항소와 국내와 유럽 등 모든 사법기관 절차가 소진됐다. 그 결과 의료진이 치료를 철회할 권리를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리 항소법원이 부모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11년을 끌어온 존엄사 논란은 당분간 더 이어지게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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