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에 6000만명 피해
지하철에 갇히고 자동차 뒤엉켜휴대전화 먹통… 식료품 사재기
비행기 못 떠 공항마다 ‘북새통’
하루 지나서야 전력 대부분 복구

바르셀로나 로이터 연합뉴스

손전등 입에 물고…
28일(현지시간) 정전으로 불이 꺼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슈퍼마켓에서 점원이 손전등을 입에 문 채 고객을 돕고 있다.
바르셀로나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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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전역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교통과 업무 시스템이 마비되는 대란이 벌어졌다. 6000만명 가까운 주민들이 피해를 봤고 스페인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FP통신은 28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세비야 등과 포르투갈 리스본 일대, 프랑스 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해 서남부 유럽 국가들이 대거 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사람들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지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신호등이 꺼진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엉켜 있는 영상이 올라왔다. 경기 중이던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대회도 중단됐다.

마드리드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 패닉
서남부 유럽 일대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대표적 지하철역인 아토차역에서 발이 묶인 승객들이 계단 등에 앉아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전이 밤까지 이어지자 스포츠 센터와 기차역, 공항 등이 임시 대피소로 변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기차역에서는 의자와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스페인에서 4800만명, 포르투갈에서 1050만명이 정전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고 스페인 내무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극심한 온도 변화로 인한 전력망 이상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29일 새벽부터 전력 공급이 대부분 정상화됐다.
마드리드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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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마다 터미널이 폐쇄돼 관광객들은 발이 묶였다. 한 네덜란드 관광객은 AP통신에 “도착하거나 출발하는 비행기를 전혀 못 봤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5곳 가운데 2곳이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공항이어서 피해가 더 컸다.
마드리드에서는 주요 건물 주변에 경찰이 대거 배치돼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했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카드 결제기가 멈춰 현금이 없는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일부 이동통신사 서비스가 차단되자 생면부지의 행인을 붙잡고 “어머니와 연락하게 휴대전화를 빌려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고속열차 운행도 중단돼 시민들이 철로 위로 쏟아져 나왔다. 바르셀로나에 사는 후안 카를로스 레옹은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에 “통근 기차를 타지 못해서 출근을 포기하고 근처 가게에서 휴대용 배터리와 라디오, 촛불 등 생존 키트를 샀다”고 말했다.
포르투갈도 큰 피해를 입었다. 리스본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전자 결제 시스템은 먹통이 됐다. 포르투갈 전력망 운영사 REN은 스페인에서 4800만명, 포르투갈에서 1050만명이 정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추산했다. CNN은 “포르투갈은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스페인에서 수입해 쓴다. 자국 내 전기보다 값이 싸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같이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번 정전 피해 규모가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3년엔 이탈리아와 스위스 일부 지역에서 12시간 가까이 전기가 끊겨 560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큰 정전은 2012년 인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해자가 7억명에 달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각각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력은 29일이 돼서야 상당 부분 복구됐다. 스페인 전력망 관리업체인 레드엘렉트리카는 이날 모든 변전소가 정상 작동하고 있으며 전력 수요도 모두 충족되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 업체의 발표를 인용해 “29일 오전 5시 기준 전체 전력의 92% 이상을 복구했다”고 보도했다.
2025-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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