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어린이 책] 남들은 튄다지만 내겐 그냥 엄마예요

[이 주일의 어린이 책] 남들은 튄다지만 내겐 그냥 엄마예요

입력 2014-05-10 00:00
수정 2014-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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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외국인/줄리언 무어 지음

메일로 소 그림/박철화 옮김/꿈꾸는 꼬리연 펴냄/44쪽/1만 3000원

엄마가 말을 하면 모두가 쳐다본다. 억양도 표현도 우스꽝스럽다는 거다. 엄마는 가끔 기묘한 음식도 해 먹인다. 머리를 특이한 모양새로 땋아줄 때도 있다. 이상한 말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넌 엄마와 똑같지 않니?” 그럴 때마다 엄마와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된다.

‘이곳’ 사람이 아닌 엄마에겐 매번 호기심을 매단 눈길들이 쏟아진다. 학교에 들어설 때 신발을 벗질 않나, 뽀뽀를 세 번씩 하질 않나, 엄마의 행동들은 튀기 일쑤다. 외모도 말투도 행동도 다른 엄마는 ‘이곳’ 사람들에겐 ‘외국인’에 불과하다. 그들은 엄마가 더 배우고 달라지길 무언의 눈빛으로 강요한다.

하지만 내게 엄마는 더 배울 필요도, 달라질 필요도 없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돌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속삭인다.

“누구라도 알 거예요. 우리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걸. 그렇지만 내겐 아니에요. 그냥 엄마예요.”

저자인 영화배우 줄리언 무어가 ‘외국인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열살 때 스코틀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무어의 엄마는 남편 회사의 요구로 미국 시민이 된 날 울면서 집에 왔다. 이 기억은 무어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덕분에 무어는 무구한 아이의 시선으로 타인의 편견을 걷어내고 엄마를 포용하는 화자가 될 수 있었다. 엄마들의 다양한 국적, 인종만큼이나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 속에 자신의 반쪽 역시 엄마의 문화권에서 움튼 것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아이의 인식이 돋보인다. 4세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5-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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