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입장 불변” 공식적 반응… 美 반대 가능성 염두에 둔 듯
청와대가 북한 5차 핵실험 대책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조심스럽게 검토<서울신문 9월 12일자 1면>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지난 1월 4차 핵실험 직후에도 청와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했던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우리 정부의 전술핵 재배치 의견에 대해 미국 측이 반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재배치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에는 미국 측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올 1월 6일 북한 4차 핵실험 직후 청와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했고, 미국 측과 전술핵 재배치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미국이 한반도 긴장 고조와 핵확산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재배치는 결국 무산됐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측은 전술핵 재배치 대신 B2 전략폭격기 등 전략 자산 전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청와대가 이번 북한 5차 핵실험 직후 내부적으로는 전술핵 재배치 검토에 들어갔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미국의 반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섣불리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공식화했다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한·미 간 외교 갈등’ 내지 ‘외교 실패’로 비칠 수 있기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만약 청와대가 어느 시점에서 전술핵 재배치 검토를 공식화한다면 이는 한·미 간에 이미 재배치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이 핵확산을 우려해 여전히 재배치에 반대 입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많다. 반면 일각에서는 5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능력이 더욱 고도화됨에 따라 4차 핵실험 때와 달리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핵정책에 변화 기류가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핵무기를 쓰지 않겠다는 요지의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구상을 거둬들일 것 같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종전보다 전술핵 재배치에 있어 유리한 국면으로 바뀐 셈이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09-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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